美-탈레반 18년만에 평화합의...미군 14개월내 아프간 완전철수

철군후 내전 등 우려는 남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이 18년간에 걸친 전쟁을 종식하는 역사적 평화 합의를 타결했다. 로이터통신은 양측 대표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도하 합의’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에서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무장조직이 미국과 동맹국을 공격하는 활동무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그 대가로 아프간 파병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제동맹군을 14개월 안에 모두 철군하기로 했다. 미군은 합의 이행의 1단계로 현재 1만2,000여명인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을 이날부터 135일 이내에 8,600명까지 줄일 예정이다.

미국은 향후 군사력으로 아프간을 위협하거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올해 8월27일까지 탈레반 지도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약속했다. 또 신뢰를 확인하는 절차로 다음달 10일까지 국제동맹군과 아프간 정부군에 수감된 탈레반 대원 5,000명과 탈레반에 포로로 잡힌 아프간군 1,000명을 교환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마침내 미국의 최장기 전쟁을 끝내고 군대를 귀환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면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알카에다 우두머리 오사마 빈라덴을 비호한다는 이유로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뒤 이어진 미국 진영과 탈레반 간 군사적 충돌이 마무리된다. 미국은 이 전쟁에 약 7,600억달러(920조원)를 투입했지만 최근 수년간 아프간 내 탈레반 세력은 오히려 더 확대됐다.

다만 이번 평화합의안 타결에도 완전한 평화 정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계적 미군 철군 과정에서 생길 돌발변수, 철군 후 빚어질 내전 재발 가능성, 정파 간 갈등, 여성 인권, 이슬람국가(IS) 세력 확장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합의가 국가 간 조약이나 협정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무장조직 간 ‘행동 대 행동’ 원칙과 신의성실에 기반한 조건부인 만큼 어느 한쪽이 위반하면 언제라도 균형이 깨지는 불안정성이 상존한다. 또 이란 핵 합의와 마찬가지로 어떤 적대적 행위가 합의를 위반했는지를 자의적 기준으로 판가름하는 약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서명식에 맞춰 도하에 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탈레반 통치 시절 아프간에서 꾸며진 9·11테러를 떠올리면 아직도 분노한다”며 “탈레반이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의 안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나토 역시 이날 합의를 지지하고 파병 규모를 줄이겠다면서도 실제 상황이 악화할 경우 병력을 다시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