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신용길 생명보험협회 회장./이호재기자
6조2,000억원.
연간 보험사기로 발생하는 보험금 누수를 추정한 금액(2017년 기준)이다. 총 보험료의 3.2%, 가구당 보험사기로 입는 직접적 피해액만 31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적발된 금액은 연간 8,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보험 전문가들과 공모하는 경우가 많아 혐의 입증이 쉽지 않고 ‘보험금을 최대한 많이 받지 않으면 나만 손해’라는 본전의식 속에 자신도 모르게 보험사기를 일으키는 계약자들이 많다.
생명보험협회가 매년 ‘보험사기와의 전쟁’을 부르짖는 이유다. 의료이용량이 과도하게 늘면서 국민건강보험과 민영 의료보험의 재정 누수는 갈수록 심각하다. 실손의료보험 등 장기 인보험의 손해율도 치솟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공·사보험의 정보 공유가 시급하다는 게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의 생각이다. 협회가 올해 핵심 추진과제로 공·사보험 정보 교류를 내세운 이유다. 신 회장은 “과잉진료를 일삼는 불법 의료기관을 막으려면 공·사보험 간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한데 정부와 시민단체를 설득하고 제반 제도를 준비하기까지 2~3년은 걸릴 프로젝트”라며 “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급여를 편취하는 의료기관과 사무장병원을 적발하고 민영 보험사는 비급여를 이용해 허위·과잉진료를 유발하는 문제 의료기관과 의료진을 적발하면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보험 유관기관과 보험사들이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 행정기관과 보험회사에 보험사기 행위 조사를 위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조항 마련을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이학영 의원이 발의한 관련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잠들어 있다. 생보협회는 오는 4월 총선 이후 보험사기특별법 등 관련 법 보완 작업을 시작으로 공·사보험 협력을 위한 제반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심평원의 입원 적정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보험사기 처벌 강화와 환수 등의 근거를 담은 보험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최근 4년간 8개나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개정이 시급한 사항들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국회와 당국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과 민영 보험의 보험금 누수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신 회장은 “실손보험이 보편화하면서 비급여를 이용한 허위·과잉진료 행위가 심각해졌다”며 “우선 비급여 의료제도를 개선하려면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표준코드를 모든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의료기관은 급여 진료와 병행 발생되는 비급여 항목의 총 진료비용을 건보공단에 의무적으로 제출해 비급여 통계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