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터널' 갇힌 국내차, 2월 국내 판매 급감

8만1,722대 팔아 22%↓
2월 실적 11년만에 최악
3월·4월도 판매부진 우려



완성차 5사 2월 국내 판매 추이

지난달 완성차 5개사의 국내 자동차 판매가 매년 2월 기준으로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만에 최악의 월별 실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선부품 ‘와이어링하니스’ 수급 문제로 공장들이 정상 가동되지 못하자 소비자들은 구매시기를 늦췄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2월 쇼크’가 오는 3월, 4월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기사 4면

2일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에 따르면 2월 국내 내수 판매량은 총 8만1,72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6% 감소했다. 매년 2월 판매량 기준으로는 2005년의 7만1,881대 이후 15년 만에 가장 저조했고 월별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의 7만3,537대 이후 최저다. 감소폭은 2012년 8월의 -24.9% 이후 최대다. 지난달 쌍용차(003620)는 가장 볼륨이 큰 티볼리의 판매가 전년 대비 62.7%나 줄었다. 쌍용차의 전체 내수판매량은 지난해 2월 7,579대에서 지난달 5,100대로 32.7% 감소했다. 르노삼성도 차량 단종과 수요 감소로 3,67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한국GM은 판매 감소량 3.8%로 선방했지만 코로나19로 부평1공장 가동이 사흘간 중단되면서 사활을 건 신차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다. 지난달 트레일블레이저 판매량은 608대였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다음달 내수판매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딜러 등은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지원 등에 힘입어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대하지만 코로나19가 지난달 말부터 급격히 확산된 흐름을 볼 때 수요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편 현대·기아차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내 생산 차질로 약 3,600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국내 공장의 1주일 생산 중단에 따른 차질 규모가 현대차 약 3만4,000대, 기아차 약 2만9,000대일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확진자 발생에 따른 휴업기간을 감안하면 1·4분기 중 최소 3주의 생산차질이 예상돼 현대차의 생산차질 규모는 약 12만대, 기아차는 약 9만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근, 재고 판매로 일부 만회될 판매량을 고려한 3주간의 생산차질 규모는 현대차 8만대, 기아차 6만대로 전망했다.

이러한 생산차질 규모를 국내 자동차 평균 가격(현대차 3,000만원, 기아차 2,500만원)에 적용하면 줄어드는 매출액은 현대차 약 2조4,000억원, 기아차 1조5,000억원이다. 상품 종류별 비중(믹스), 고정비 부담을 감안한 영업이익 감소 규모는 현대차 2,400억원, 기아차 1,200억원으로 각각 추정됐다. 여기에 소비침체로 수요도 줄어 자동차 판매 부진의 여파가 1·4분기뿐 아니라 적어도 2·4분기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한신·서종갑·박경훈기자 hspar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