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을 방문해 맷 핸콕 보건복지부 장관과 면담 후 악수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지난달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돌연 취소한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이 사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 따라 자가격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라브 장관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런던에 위치한 영국 외무부 청사에서 예정된 강 장관과의 회담 직전 “불가피한 개인 사정으로 예정대로 회담을 개최하기 어렵다”고 알려왔다. 구체적인 개인 사정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강 장관은 대신 맷 핸콕 보건부 장관과 회동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국인이 입국 제한 등의 조치를 당하는 와중에 강 장관이 무리하게 해외 출장을 간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강 장관이 영국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라거나 ‘퇴짜맞았다’고 지적하는 내용의 언론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라브 장관이 강 장관과의 회동을 취소한 것은 코로나19 때문으로 밝혀졌다. 2일 BBC 방송에 따르면 라브 장관은 지난주 몸에 이상을 느끼고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동시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BBC는 라브 장관이 검사 음성판정을 받은 뒤에야 업무에 복귀했다고 전했다. 지난주 중반 강 장관의 런던 방문과 시기상으로 겹치는 것이다.
라브 장관은 지난달 28일 강 장관과 별도 전화통화를 갖고 코로나19 대응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자는 대화를 나눴다. 우리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라브 장관은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자가격리 중이었다며 회담 취소 사유를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라브 장관이 직접 강 장관에게 회담을 급작스럽게 취소한 배경을 설명했다”면서 “다만 영국 내에서 라브 장관의 코로나19 검사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우리 측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 제기된 홀대 논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지난달 22일 출국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3차 유엔 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에 참석한 뒤 독일 베를린에서 핵군축·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회의와 한독 외교장관 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26일 라브 장관과 한영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코로나19 대응과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 등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