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에너지 신산업 발굴도 脫원전, 3년간 실증사업 '제로'

■ 에너지기술평가원 보고서 분석
원자력 민간 실증 인프라도 전무
전문가 "소형원전 등 R&D 필요"

원자력국민연대 대구경북지부가 지난달 18일 대구 동구의 한 웨딩홀에서 회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갖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자력 발전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신산업 연구에서도 ‘신재생 일색’인 반면 원전은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미래 먹거리 개발에 탈원전 정책의 여파가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경제가 1일 입수한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에너지기술 국가실증연구단지 타당성 조사’ 외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한 에너지 분야의 국가 연구·개발(R&D) 실증사업 15개 가운데 9개가 농어촌 대상 신재생 융·복합 시스템 개발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친환경 전지, 수소 등 신재생과 관련된 사업인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6건은 과기부가 2016년 전신 미래창조과학부 때부터 이어 온 수출용 신형 연구로, 대단위 다목적 전자선 등 방사선 분야의 실증사업이다.

에너지 실증사업은 에너지 신산업의 사업화를 위해 개발된 제품이나 서비스의 안전성, 성능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신기술이나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시험해보는 것이다. 원전 관련 실증사업이 없다는 것은 원전 분야의 신산업 탐색이나 신기술 R&D가 매우 미진한 상황을 보여준다는 것이 에너지 전문가의 지적이다.


실증 인프라에서도 신재생과 원전의 불균형이 크다. 전국 33곳에 설치된 에너지 실증단지·설비를 에너지 유형별로 집계한 결과 태양광과 풍력·수력·지열 등 신재생 부문은 10곳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효율 부문(11곳) 바로 뒤를 이었다.

반면 원자력 분야 실증연구를 진행한 곳은 1곳에 그쳤다. 이밖에 화력발전 5곳, 스마트그리드 4곳, 온실가스와 자원 분야가 각각 1곳 순으로 조사됐다. 이마저도 1곳은 공기업이 운영하는 핵연료 종합 시험 시설이며, 지자체나 대학, 기업처럼 민간에서 운영하는 원자력 분야 실증 인프라는 전무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에너지기술 실증연구는 실증설비의 구축 및 운영이 중요한 부분으로, 실증설비와 설증단지는 실증연구의 핵심요소”라고 설명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원자력과 원전 분야의 R&D 주제를 원전 해체와 안전으로 제한해 연구의 확장성을 크게 좁혀버려 그 외의 연구 주제는 신청도 못하는 분위기”라며 “탈원전 정책이 에너지 신산업 연구 제한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 업계와 학계는 원전 분야에서도 신기술에 대한 R&D와 신산업 창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원자력계는 원전 분야의 신산업으로 소형모듈원전(SMR), 마이크로 리액터 등을 꼽는다. 소형원전은 300메가와트(㎿) 이하의 소규모 설비용량으로, 외딴 섬이나 50만명 미만의 중소도시 등에 적합하다. 이 때문에 기존 석유나 석탄, 가스를 사용한 소형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초소형 ‘마이크로 리액터’ 역시 후속, 파생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월성 원전의 핵폐기물 임시저장설비 포화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사용후핵연료도 원전의 차세대 산업 분야다. .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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