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올해 첫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을 쓸어모았다. 정유업황 부진으로 최근 실적이 크게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사업경쟁력과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의 대외신인도에 따른 재무융통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전날 4,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조1,4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만기 구조별로 살펴보면 2,300억원 규모로 모집한 5년물에 7,900억원의 자금이 몰려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700억원어치 발행하는 7년물에도 1,000억원의 수요가 들어왔으며 장기물인 10년물(1,000억원)에도 2,500억원의 매수주문이 쏟아졌다. 당초 발행 계획보다 많은 주문이 들어오면서 발행금리도 크게 절감할 전망이다. 특히 10년물의 경우 최근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개별민평보다 1bp 낮은 금리로 결정됐다. 수요가 크게 몰리면서 회사는 발행 계획을 최대 7,000억원으로 증액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악화된 정유업황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의 지원능력에 기반한 우수한 사업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지난해 국내외 경기둔화와 높은 유가 변동성 등 영향으로 연간 EBIT 규모가 전년 동기 6,395억원에서 4,492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도 사업환경은 녹록지 않다. 경기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이슈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유가오 정제마진의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에쓰오일은 정제능력(CDU) 기준 국내 3위의 정유사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아람코(Aramco)가 자회사인 아람코 오버시스 컴퍼니(Aramco Overseas Company B.V.)가 대주주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국내 주요 정유·화학기업으로 규모의 경제를 보유했으며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의 극히 우수한 대외신인도 등에 기반한 재무적 융통성이 신용도를 지지하는 주요 요소”라고 분석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