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신촌 농협 하나로마트 근방에 마스크를 사기위한 긴 줄이 이어져 있다./이승배기자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류상열(80) 할아버지는 체감기온이 0도에 가까운 추위에 떨면서 아내와 함께 대기 번호표를 받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줄을 섰다. 류씨는 “어제는 오전 11시에 왔는데 허탕을 쳤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안용여(45)씨는 ‘도파 반응성 근긴장이상증’이라는 근육관련 장애를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하다. 폐도 약해 이런 강추위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면 생사를 다툴 수 있다. 안씨는 “보호사 선생님이 없으면 화장실도 못 간다”며 “정부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마스크 부족 사태가 장기화한 가운데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해 정부의 현행 공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약국·의료기관·우체국 등 공적판매처를 지정해 판매하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의 경우 공적판매처 지정 이후 전국 2,219개 지점을 통해 지난달부터 총 420만매의 마스크를 시장에 공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인이나 기저질환 환자, 장애인들도 추위에 떨며 줄을 서게 만드는 현 마스크 공급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개방된 공간이라 전염위험이 높진 않지만 근거리에서 줄을 서 있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있다”며 “찬 기운에 오래 서 있으면 면역 체계가 약한 노인들은 감기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천상미 사회복지사는 “장애인들은 서지 않고 바로 통과를 할 수 있는 ‘공항에서의 프리패스(free pass)’식 배려가 필요하다”며 “접근성이 열악한 계층을 위한 마스크 구입 채널을 다변화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사회 취약계층에 마스크를 무상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자체가 소외돼 있는 것도 문제다. 전날 홍남기 부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취약계층에 대해 1억3,000만 장 정도의 무상 공급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자체는 공적 판매처에서 제외돼 있어 마스크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마스크를 배부를 위해 필요한 복지관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폐쇄됐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시는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지자체도 공적판매처로 지정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방진혁·이승배기자 bread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