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000명대로 늘어나면서 한 달여 동안 고조된 국민들의 불안이 분노로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에 대한 공포와 정지된 일상에 대한 불만이 분노로 표출되는 것이다.
4일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한국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응답자 1,000명 중 19.8%는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25일에서 28일까지 진행된 것으로 1월31일에서 2월4일까지 진행한 첫 설문조사의 12.7%보다도 인식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2차 조사에서 감염 가능성에 대해 51%는 ‘보통’, 29.2%는 ‘낮다’고 답변했다.
특히 뉴스를 접할 때 ‘분노’를 느끼는 응답자가 늘었다. 1차 조사 때 ‘코로나19 뉴스를 접하는 떠오르는 감정’에 대해 60.2%는 불안, 6.8%는 분노를 느낀다고 답했다. 2차 조사에서도 불안이 48.8%로 답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분노는 21.6%로 지난번보다 2배가량 늘었다. 이어 충격(12.6%), 공포(11.6%), 슬픔(3.7%), 혐오(1.7%) 등 순이었다.
아울러 감염병에 대한 공포 탓에 국민 10명 중 6명은 ‘일상이 정지했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절반 이상 정지된 것으로 느낀다’는 응답이 59.5%로 나타났다. 일상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자는 4.2%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민 대다수가 자신을 잠재적 감염자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설문에서 ‘감염 의심 또는 확진으로 격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71.5%가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집단발병이 일어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의 스트레스가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들은 한 달간 ‘스스로를 무기력하고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한다(65%·전체 58.1%)’ ‘내 감정에 상처를 주고 상당한 정도의 울분을 느끼게 한다(71.2%·전체 60.5%)’ 등 경험에 대해 전체 평균보다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1차 60.4%에 이어 58.4%가 ‘혐오 표현을 보거나 들은 적 있다’고 답했다. ‘혐오 표현 대상’으로는 중국인이 66.6%로 가장 많았다.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를 혐오 표현 대상으로 꼽은 사람은 46.2%로 지난 1차 조사(8.9%)에 비해 크게 늘었다.
유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국민 감정의 양상이 달라졌다”며 “사망자가 늘고, 마스크를 구할 수 없고, 자가격리 규칙을 어기는 사례를 접하며 느끼는 불안은 불신과 결합하는 것이기에 책무성이 강화된 위기소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