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함께 극복합시다"...일반 시민 익명기부 줄이어

익명의 기부자가 경남 창녕군 남지읍사무소에 두고 간 손편지와 현금뭉치./사진제공=경남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일반 시민들의 익명 기부가 잇따르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돈이 없어 마스크를 사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위해 거액을 쾌척하는가 하면 코로나19 감염 예방 수칙을 알리는 전광판을 무료로 설치하는 등 위기 속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4일 오전 경남 창원시 문성대 7호관 4층에 위치한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 입구에서 봉투 한 장이 발견됐다. 봉투 안에는 “미안한 액수라 죄송합니다.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분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길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의 꾹꾹 눌러 쓴 손편지와 함께 현금 600만원이 들어있었다.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모금회에 전화를 걸어온 기부자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많은 분이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참여해주길 부탁한다”고 고 당부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대구·경북에도 기탁해 달라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대구·경북모금회에 각 200만원씩 송금했다.

앞서 지난 3일 오전 11시께 60대 여성이 창녕군 남지읍사무소에 찾아와 신문지 뭉치를 놓고 나갔다. 뭉치 안에는 5만원권 지폐 200매와 친필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돈이 없어 마스크를 사지 못하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과 장애인을 위해 돈을 사용해 달라”고 적혀 있었다. 읍사무소는 나중에 신문지 뭉치를 발견해 놓고 간 여성의 경제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것을 파악하고 “지자체에서 마스크 공급을 잘 할테니 돈을 기탁하지 않아도 된다”며 만류했지만 기부자는 뜻을 꺾지 않았다. 경남도와 창녕군은 기부자의 뜻을 받아들여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마스크를 구매해 형편이 어려운 도내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전달하고 남은 금액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같은날 경기 안성시 죽산면사무소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방역에 써달라며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 면사무소 직원이 기부 신청서 작성을 요청했으나 기부자는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1일 안성시보건소에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이 마스크 3만장(3,000만원 상당)을 전달한 뒤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강원 태백시민들이 익명의 기부자가 지난 1일 태백시의 중심인 중앙로 사거리에 무료로 설치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송출되는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을 읽고 있다./사진제공=태백시

지난달 29일 강원 태백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시민들에게 예방 수칙 등 관련 정보를 알리는 홍보전광판을 무료로 설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자신의 이름을 절대 밝히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익명의 독지가가 기부한 코로나19 홍보전광판은 지난 1일 태백시 중심인 중앙로 사거리에 설치됐다. 가로 4m, 세로 2.5m 크기의 대형 홍보전광판이다. 태백시는 출·퇴근과 점심시간 등 하루 세 차례 총 5시간씩 코로나19 관련 홍보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태백시 관계자는 “영상만 나오던 기존 전광판과는 달리 음향도 송출되고,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시민 반응이 좋다”며 “전광판을 지원한 독지가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창원=황상욱기자 sook@sedaily.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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