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판결 2주만에 멈추는 '타다'..이재웅 "국민의 선택권 빼앗겼다"

본회의 통과 후 시행령 개정 거쳐 내년 하반기 시행
면허총량·기여금 부담으로 플랫폼 운송사업 힘들 듯
업계 “모빌리티 혁신 가능한 합리적 방안 마련해야”



“법사위를 이렇게 운영하시는 겁니까. 의원들이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예가 있습니까”

4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 통과 여부를 논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의 고성이 오고 갔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채이배 민생당 의원의 통과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강행 처리했기 때문이다. ‘만장일치가 원칙’이라는 법사위 의사 결정 관행도 무용지물이었다.

이날 이철희 의원은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난 후 14일이 지났을 뿐”이라며 “좀 더 타협을 시도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채이배 의원은 개정안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법안을 국토교통위원회로 다시 회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여 위원장은 “1년 가까이 논의해온 결과물이고, 수정되는 과정도 겪었기 때문에 다시 소위로 가서 논의할 필요는 없다”면서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이철희 의원은 법사위 직후에도 “(법사위 법안 통과를) 날치기로 규정한다”면서 “국회 수준을 떠나가기 직전에 새삼스레 확인시켜줘서 고맙다”고 비판했다.


여상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연합뉴스

결국 172만명 이용자들과 1만 2,000여명 드라이버들이 함께 했던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는 11인승 승합차 기반의 ‘베이직’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이 오는 5일 열리는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1년 6개월 후 현행 방식으로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상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본회의에서 대다수 의결되기 때문에 본회의 문턱까지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국토교통위원회는 개정안의 시행령을 만드는 기간을 1년으로, 그 후 사업 준비기간을 6개월로 정한 바 있다.

오는 4월 쏘카로부터 분할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할 예정인 ‘타다’는 개정안 통과 후 ‘베이직’ 서비스 대신 택시면허를 활용한 ‘타다 프리미엄’이나 공항을 오고 가는 ‘타다 에어’ 등 일부 서비스만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법사위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을 금지한 정부와 국회는 죽었다”며 “새로운 꿈을 꿀 기회조차 앗아간 정부와 국회는 죽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그는 “미래의 편에, 국민의 편에 서야할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이동을 책임졌던 서비스를 문 닫게 한다”면서 “국토교통부와 국회는 국민의 선택권을 빼앗고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렸다”고 토로했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이날 강행됐던 법사위 결과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현재 법안이 ‘타다금지법’이라는 비판과 법원의 타다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합리적인 수정 없이 법안이 통과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새로 만들어진 플랫폼 운송사업 역시 제대로 기능할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면서 “합리적인 제도 마련과 운영의 책임을 맡은 정부가 하루빨리 업계의 의견을 청취해 모빌리티 혁신이 가능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법안을 주도한 국토교통부의 수정안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9일 법원의 타다 무죄판결 이후 개정안 통과를 위해 제49조 2항 ‘플랫폼 운송사업(유형1)’ 부분에 렌터카로 차량을 조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렌터카를 활용해 운송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 수정만으로는 여전히 사업 운영이 어렵고, 모빌리티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게 타다의 입장이었다. 렌터카를 허용하긴 했으나 개정안에는 플랫폼 운송사업자는 국토부가 정한 운송 면허 총량에 따라 운행 대수를 허가받아야 하고, 기여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총량 규제에 대한 내용은 모빌리티 기업들의 운영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량제가 택시 감차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운행 대수를 늘려야 할 때마다 국토부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정안은 ‘국토부 장관이 플랫폼운송사업의 총 허가 대수를 관리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허가 대수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기여금 부과도 결국에는 서비스 이용 요금을 올려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재 타다를 비롯한 대부분의 모빌리티 서비스들은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면허 구입 비용은 들어가지 않았으나 유류비 등을 지원받는 택시와 달리 모든 운행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더해 기여금까지 내야 한다면 이는 곧 수익 악화로 이어져 결국 이용자들이 더 비싼 요금을 부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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