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롯데 면세점. /서울경제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침체로 대기업 계열 면세점과 호텔도 임직원 임금 삭감에 나선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선택적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며 기본급을 줄이기로 했다. 선택적 주4일 근무제는 본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9일부터 31일까지 시행된다. 주 4일 근무제를 선택한 직원에게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기본급을 감액하되 연차나 성과급은 기존과 같이 지급한다. 롯데면세점 노조는 최근 조합원에게 ‘본인이 신중하게 결정해 개인 사정에 맞게 선택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안내 메시지를 보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영난이 가중된 호텔 역시 임금 자진반납으로 고통을 분담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임원은 기본급의 20%, 총지배인·팀장 등 리더급은 직책수당을 3개월간 반납하기로 했다. 오는 5월까지 임직원들에게 자율적인 연차 및 무급휴가 사용도 권장한다. 롯데호텔 임원진도 3개월간 급여 10%를 자진 반납한다. 롯데호텔은 다음달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일주일 단위의 무급휴가 사용을 권장한 바 있다.
한화호텔앤리조트
코로나19발 위기가 롯데·한화 등 대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이어 지난해 한일 경제 갈등에도 임직원들의 임금은 유지했던 대기업 계열 면세점과 호텔들도 코로나 19 여파에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호텔업계에서는 이대로라면 중국인 관광객이 주 고객인 시내 호텔들은 3개월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1만8,743명에 달했던 일 평균 중국인 최대 입국자 수는 지난달 27일 1,093명으로 94% 줄었다.
롯데면세점은 직원들이 1개월간 주4일 근무제를 실시하며 결국 월급이 깎이게 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SK 등 대기업이 재택근무제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27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보름 혹은 한달 간의 무급 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호텔 대기업 임원들은 임금을 자진 반납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임원진은 3개월간 급여 20%를, 롯데호텔 임원진은 급여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호텔·면세·여행업계가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2월 셋째 주 기준 방한 중국인이 전년 동기 대비 80.4% 감소하면서 면세점 매출도 40.4% 줄었다. 숙박업계 매출도 24.5%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 1월23~2월17일까지 국내외 롯데호텔에서는 5만 건의 객실 취소가 발생했다.
코로나19로 내수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소비감소는 서비스업에 이어 제조업까지도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주요 업종별 매출액 감소율 예상치는 △자동차 -13.9% △자동차부품 -12.8% △석유제품 -12.4% △일반기계 -11%로 나타났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 악재가 국내 기업 구조조정의 시발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롯데쇼핑은 전체 오프라인 매장의 약 30% 수준인 200여개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59개 점포를 폐점하는 한편 인력 재편을 진행 중이다. 두산중공업은 기술직·사무직 포함 만 45세(1975년생) 이상 직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 LG유플러스도 노조와 명예퇴직 시행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