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방역체계와 금융안전망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중국 후베이성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세계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태 초기에 중국 의사 리원량 등이 제기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조기에 적절한 조치가 있었더라면 혼란이 지금보다는 적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무엇보다 위기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위기는 위기라고 선언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조속한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최근 한국 확진자 급증은 투명성과 열정의 산물’이라는 외신 보도처럼 진단키트 조기 개발, ‘드라이브 스루’ 등 발 빠른 검사방법의 도입, 유증상자 전수조사,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확진자 동선 공개 등 투명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위기를 빨리 극복하기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걱정도 크지만 하루 1만명씩 검사하고 확진자 정보를 신속·투명하게 공개하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고 있는 방역당국의 분투에 사태 진정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해본다.


금융위기도 대규모 바이러스 감염 사태와 비슷하다. 위험관리가 취약한 특정 업종, 금융상품 등에서부터 부실이 촉발해 위기를 위기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하는 사이에 점차 다른 분야, 국가들로 전염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미국의 방만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로부터 시작된 위기가 리먼브라더스 등 주요 금융회사를 파산시키고 아이슬란드 부도위기를 거쳐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연쇄적으로 위기를 전이·확대시킨 사건이었다.

금융안전망 또한 금융위기로부터 국민의 재산과 경제를 지키는 방역체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을 겪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안전망의 한 축으로서 금융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시나리오별 금융회사 부실위험 분석, 리스크감시모형의 고도화, 취약 금융회사에 대한 우선 검사 등을 통해 미래의 부실위험을 감시하고 있다. 실제 금융위기 상황을 가정해 임직원이 참여하는 모의정리훈련, 금융안전망 기구 간 합동훈련 등을 실시하면서 ‘대형금융회사 정리계획(RRP)’ 제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금융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융안전망 기구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공공성 있는 정보를 민간에 투명하게 개방해 위기에 대한 다중적인 감시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방역기구나 금융안전망 기구들 모두 지속적으로 정보의 독점과 불투명성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지금의 위기도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은다면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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