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부활에 신경 곤두선 트럼프 "워런 때문에 샌더스 졌다"

대선상대 샌더스 원하는 트럼프
'슈퍼 화요일' 결과에 심경 불편
블룸버그도 사퇴후 바이든 지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슈퍼화요일’에 버니 샌더스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붙은 두 개의 큰 구멍을 팠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4일(현지시간) 슈퍼화요일 결과를 분석하면서 내놓은 기사다. 지난 3일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예상을 깨고 대승을 거두면서 대의원 확보의 경쟁자인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까지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뜻이다.

절벽 끝까지 몰렸던 바이든 전 부통령이 기사회생하면서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선두주자였던 샌더스 의원이 뒤로 밀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로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다시 전면에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태가 됐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샌더스 의원의 승리를 바란 듯 “엘리자베스 워런이 해야 할 일을 했다면 그(샌더스 의원)가 이겼을 것이다. 매사추세츠와 아마도 텍사스, 확실히 미네소타를 포함해 많은 주에서 이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중도 세력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주)이 사퇴 후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한 데 반해 샌더스 의원과 같은 좌파인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그러지 않아 표가 분산됐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워런 의원)는 이기적”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대선 상대로 샌더스 의원 측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 구도를 만들면 손쉽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선에 중요한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 떨어진데다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사퇴 이후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하고 나섰다. “선거운동을 계속할지 고민”이라며 사퇴 가능성을 내비친 워런 의원이 향후 누구를 지지할지가 변수지만 지금으로서는 바이든 대세론이 힘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날 확률마저 높아진 셈이다. 폴리티코는 “지금까지의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보면 거의 모든 주에서 2016년 대비 투표자들이 늘었다”며 “민주당의 열기가 높아진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을 위해 투표할 새로운 지지자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바이든 전 부통령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전히 20~30대 중에는 샌더스 의원을 지지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1·2위 간 경선이 길어지면 본선에서 패한다는 속설도 있다.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과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치열하게 붙었지만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패배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샌더스 의원도 같은 사례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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