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씨티, 키코 배상거부...他은행 확산되나

■금감원 분쟁조정에 '불수용'
청구권 소멸시효 10년 지나
"법 어기며 배상엔 무리" 판단
신한·하나도 오늘 이사회 논의
부정적 분위기에 수용 쉽잖을 듯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에 대해 회신 기한 하루 전인 5일 외국계 씨티은행과 국책 KDB산업은행이 ‘불수용’ 입장을 금감원에 전달했다. 규제권한이 막강한 금감원의 권고안을 금융사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씨티·산업은행은 “키코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씨티는 지난해 12월13일 금감원 분조위에서 피해기업인 일성하이스코에 6억원을 배상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씨티는 “일성하이스코에 대해 회생절차 과정을 통해 분조위가 권고한 금액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으로 미수채권을 이미 감면해준 사정을 고려했다”며 불수용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기업 중 금감원이 제시한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검토해 법원 판결에 비춰 보상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합당한 보상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산은 역시 일성하이스코에 28억원을 배상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받았다. 하지만 산은은 “법무법인에 자문받고 심사숙고한 결과 금감원 분조위 결과를 불수용하기로 하고 금감원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는 10년이다. 키코 사태는 지난 2008년 발생해 10년이 넘은 사안으로, 아무리 금융당국이 권고한 사안이라지만 법을 어기면서까지 배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이 은행들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금감원 분조위의 배상 권고를 받은 나머지 신한·하나은행이다. 지난해 12월 분조위 결과가 나온 후 금감원 안을 수용할지 회신할 수 있는 시한은 그동안 두 차례 연기돼 6일이 회신 기한이다. 이에 신한·하나은행은 6일 이사회를 열어 이를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국책은행인 산은도 분조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이들도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구은행은 연장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고 금감원은 연장을 신청하는 은행은 모두 수용할 방침이다. 만약 다른 은행도 불수용 입장을 통보하면 우리은행만 배상하는 것이 된다. 우리은행은 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에 금감원 권고에 따라 42억원을 배상했다.

금융사가 분조위 결과를 불수용한 것은 2018년 8월 삼성·한화생명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키코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재조사를 권고한 사안이다. 비록 대법원에서 사기 상품이 아니라는 판결은 나왔지만 불완전판매는 일부 인정했고 중소기업에 ‘갑’인 은행이 그동안 중기에 적정한 보상을 하지 않았으므로 은행의 신뢰 회복 차원에서 보상을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금감원 분조위는 4개 중소기업에 대해 6개 은행의 배상을 권고했다. 이를 기준으로 11개 은행이 분쟁조정도 신청하지 않고 과거 소송도 진행하지 않은 기업에 최대 2,000억원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은행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들 기업이 배상받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규·송종호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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