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유지분 기획부동산 집단고소 가시화…창원 케이비경매 매수자들 나서

[본지 연속 보도후 피해자 등 집단소송 가시화]
"정치인도 보유했다"며 꾀어
케이비경매 사장 등 사기 혐의
동생 우리경매 회장은 이미 실형
고소인 중 70%이상이 前 직원
지분 판매 많아 소송 잇따를듯

케이비경매 지점들에서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 필지의 공유지분을 팔면서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도 근처에 땅을 가지고 있다”고 판촉했다고 한다. 하지만 금토동 산73은 청계산 능선에 맞닿은 임야이며 나 의원의 배우자가 상속받아 소유했던 필지들은 금토JC 근처의 전답으로 사실상 연관성이 없다./출처=네이버지도

공유지분 기획부동산 중 한 곳인 케이비경매 경영진과 창원지사 간부들이 토지 공유지분 매수자 50여명에게 피고소됐다. 이 기획부동산은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임야를 사들여 다단계 방식의 판매조직을 통해 공유지분을 시세의 4배 내외 가격으로 파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런 기획부동산 중 국내 최대인 우리경매 경영진은 지분 매수자 53명에게 고소당해 최근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매수자들이 집단적으로 민형사 소송을 거는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 소재 김은구 법률사무소는 케이비경매 창원지사에서 공유지분을 매입한 46명을 모아 회사 경영진에 대해 사기·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 고소는 지난 1월부터 이날까지 세 차례에 걸쳐 창원지검에 접수됐다. 피고소자는 본사 황모 회장과 이모 사장, 현모 부사장 및 창원지사 민모·이모 지사장 등 6명이다. 앞서 이뤄진 두 건의 고소는 창원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으며 현재 창원중부경찰서가 수사지휘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측은 고소인들이 서울경제가 지난해 11월부터 연속 보도한 케이비경매의 비리, 형제회사 우리경매 경영진의 구속기소 및 1심 실형 등의 사실을 참조해 고소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우리경매 황 회장은 1월 광주지법에서 열린 사기·방문판매법 위반 죄로 징역형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케이비경매 황 회장의 친동생이다. 두 회사는 판매하는 땅을 상당 부분 공유했으며 운영 방식도 같았다고 한다. ★본지 2019년 11월29일자 1·5면 참조 ▶[단독] 2만8,000명에 ‘여의도 4배 땅’ 지분 쪼개 판 기획부동산]

이번 고소인들이 매입한 공유지분은 총 159개이며 피해 주장액은 15억4,447만원이다. 이들이 사기 피해로 제출한 필지 목록에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도 포함됐다. 여러 기획부동산들이 나눠 팔아 현 소유자가 4,076명에 달하는 땅이다. 창원지사에서는 이 필지에 대해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도 근처에 땅을 가지고 있다”며 판촉했다고 한다.


실제로 나 의원의 배우자는 금토동 땅(140번지 등지)을 상속받아 소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금토JC와 가까운 전답으로 청계산 꼭대기에 맞닿아 있는 금토동 산73번지 임야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 피해 필지에는 광주지법에서 사기죄를 적용한 4개 필지 중 하나인 도봉구 도봉동 산53 등 2개 필지도 포함됐다. 앞서 검찰은 도봉동 산53의 경우 북한산국립공원부지라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기획부동산 케이비 계열의 부천 소재 지점에서 올린 판매직원 모집 광고./출처=벼룩시장

특히 법률사무소 측은 “고소인의 3분의2가량이 창원지사에서 일한 전직 직원”이라고 밝혔다. 본사를 경기 부천에 둔 케이비경매는 2018년부터 창원에서 두 개의 사무실을 운영했고 각 사무실의 직원은 100명가량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경·공매를 배우면서 일당 7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회사 광고를 보고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가 직원에게도 ‘돈 되는 땅’이라며 구매를 권유하고 실적이 부진하면 구매를 압박당해 쓸모 없는 공유지분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한다. 고소대리인 김은구 변호사는 “피고소인들은 자신들이 모집한 영업사원을 공유지분 판매 도구이자 토지를 구입하는 일반 고객으로 이중적으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는 한 창원지사장에게 전화와 문자로 피고소와 관련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이러한 기획부동산에서 쪼개 판 공유지분은 수십만 건, 거쳐간 직원도 수만명으로 추정되는 만큼 앞으로 집단 민형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경제가 입수한 케이비경매의 한 지점 내부자료에 따르면 2년여간 판매한 필지 222개의 소유자는 지난해 말 기준 2만8,000여명, 해당 지점을 거쳐간 직원은 4년6개월여간 3,500여명에 달했다. 케이비경매와 우리경매는 각각 전국에 수십개 지점을 운영한 바 있다.

기획부동산의 영업 행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우리경매 경영진 재판에서 비록 징역형은 최대 1년6개월에 불과했으나 사기·다단계 혐의가 유죄로 나온 것은 큰 의의가 있다”며 “이를 근거로 환불 요구, 민형사 소송이 빗발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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