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히로히사(오른쪽)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본 정부의 한국인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 강화에 대해 설명한 후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한국에 빗장을 걸었다. 대구와 청도에 체류했던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는 데 그쳤던 일본은 5일 한국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2주일간 격리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코리아 포비아’ 확장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이날 호주가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로 사망자가 급증하는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입국을 막지 않은 데 대해 차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일본은 지난달 26일 대구와 경북 청도에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에서 들어오는 한국인과 외국인에 대해 2주간 격리 후 이상이 없는 경우에만 입국을 허용하는 것으로 입국제한을 확대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한국과 중국의 입국자는 지정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해야 하며 일본 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이러한 조치는 오는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적용된다고 NHK는 전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과 중국에 발행된 비자 효력을 정지하고 한국인이 90일 이내의 단기 체류를 하는 경우 일본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일시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매체들은 2주간 격리 조치와 비자 효력 정지는 사실상 한국인과 중국인에 대한 입국제한이라고 해석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으로 오는 항공편의 경우 수도권의 관문인 나리타공항과 서일본의 관문인 오사카 소재 간사이공항으로 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에서 선박을 이용해 일본으로 여객을 운송하는 행위도 정지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입국제한과 더불어 교통편을 제한해 왕래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이와 더불어 아베 총리는 한국과 이란에 대해 입국거부 지역을 추가할 방침이다. 한국의 경우 경북 일부 지역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한국에 대해 입국제한 범위를 넓힌 것은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데 따른 여론 악화 등을 의식한 영향으로 보인다. 5일 오후6시30분 기준으로 일본의 확진자 수는 1,047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날보다 12명 늘어난 수준이다. 4일에는 하루 만에 36명 증가했다. 지난달 말 이후 하루에 3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그동안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4월 국빈 방일이 무산되자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의 방일 연기 발표가 나오자 더 이상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고 한국에 대한 사실상의 입국 거부도 함께 발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일본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강경히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KBS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과연 우리만큼 (방역에) 투명할까 하는 의심이 있는데 이렇게 좀 과격한 조치를 취하는 것에 있어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외교부와 안보실을 통해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마 히로히사 일본 총괄공사에게 일본 발표에 대한 해명을 들은 외교부는 조만간 조세영 1차관이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엄중하게 항의할 방침이다.
한편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5일 오후8시 기준 99개국이다. 호주가 이날 코로나19에 따른 입국금지 대상 국가에 한국을 추가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방침을 밝히면서 “한국에서 오는 외국인이 이탈리아에서 들어오는 승객의 5배나 되기 때문에 한국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가 한국의 3배에 이르고 최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외국인에 대한 조치는 체온측정과 검역질문서 제출 등 입국 전 검역절차를 강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김연하·허세민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