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강동구 성내전통시장의 한 수산물 가게에서 마스크를 쓴 상인들이 손님들에게 판매할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다./김혜린기자
“마스크? 글쎄, 난 상인회 사람이 아니라고 주지도 않더라고.”
서울 송파구 풍납전통시장에서 4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서운한 얘기를 들었다. 지난달 중순 송파구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나눠준 마스크가 상인회에 가입한 점포에만 전달됐다는 것이다. 매달 2만원을 내면 상인회에 가입할 수 있지만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동안 시장 상인들은 다 같은 식구라고 생각했던 A씨는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전통시장에 배포한 마스크가 관리·감독 부실로 일부 상인들에게는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배급 업무를 넘겨받은 시장 상인회 측이 회비를 내고 상인회에 가입한 점포에만 마스크를 나눠줬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실제 수급자의 마스크 수령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채 ‘묻지 마’식 배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서울 강동구 성내전통시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과일을 구매하고 있다./김혜린기자
6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는 공단을 통해 전국 1,450개 전통시장의 24만3,000여점포에 마스크 30만개를 전달했다. ‘점포 1곳당 최소 1개’를 기준으로 책정한 수량이다. 또 강동구청은 관내 전통시장의 823개 점포에 마스크 2,520개, 송파구청은 1,019개 점포에 4,000개의 마스크를 각각 지급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공단과 지자체가 배포한 마스크를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와 공단이 시장 상인회에 마스크 배급 업무를 위임하면서 상인회에 가입한 업주에게만 마스크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강동구 성내전통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B씨는 “상인회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마스크를 나눠주라고 한 것으로 들었다”며 “가뜩이나 장사도 어려운데 이런 일까지 벌어지니 울화통이 터진다”고 성토했다.
이에 해당 상인회 측은 “상인회에 가입하지 않은 점포까지 마스크를 나눠주면 가입 상인들이 항의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항변했다. 풍납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도 “상인회비를 안 내는 점포에 어떻게 가입자와 똑같은 혜택을 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마스크를 둘러싼 상인들 간의 갈등이 커지자 소상공인지원센터는 공단 측에 “상인회와 시장 상인들도 일종의 ‘갑을관계’가 성립돼 단순히 상인회에 밉보였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공단에서 마스크 배부를 사전에 공지하고 직접 배부하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단과 지자체는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시정조치에 나섰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지난달 말 추가로 확보한 마스크 1,200장은 상인들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앞으로 마스크를 추가 배부할 때 상인회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전달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송파구도 추가 배부 시 상인회 미가입자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공단 측도 “상인회에 마스크 지급 대상은 상인회 미가입 점포까지 모두 포함된다고 재차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한민구·김혜린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