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 재정 풀고 민노총 불참...'절반의 협력' 그칠수도

<‘코로나 국난’ 앞에서 손 잡은 노사정>
勞 "임단협 탄력적 조정 시기는 각 사업장서 정할 사항"
재계도 '근로자 생계 보호'에 얼마나 지갑 열지 미지수
사태 장기화 땐 '충돌' 불씨 여전...실무협의가 관건될 듯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선언’에 참석한 정부 및 경제·노동 대표자들이 합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상조(왼쪽부터) 청와대 정책실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성형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노사정 합의문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노사정이 보름 만에 모처럼 합의를 내놓았다는 긍정적 의미가 있지만 합의문을 세세히 살펴보면 구체적인 방안은 정부에만 몰려 있다. 노동계는 임단협 시기·기간의 탄력적 조정은 각 사업장에서 정해야 할 사항이라는 입장이고 근로자 생계 보호 조치와 관련해 재계가 얼마나 지갑을 열지도 미지수다. 또 이번 합의에서 빠진 민주노총을 설득하는 일도 관건이다. 일각에서 예상하는 ‘맹탕 합의’가 되지 않기 위해 노사정이 또 한번 머리를 맞대야 하는 셈이다.

6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선언’은 보름 만에 도출됐다. 신천지 신자인 31번 확진자가 발견된 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0일께 경사노위에 협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정이 잠정 합의를 이룬 날은 지난 4일이다.

빠른 합의에 이른 만큼 구체적 대응방안은 정부 쪽에 몰렸고 그나마도 코로나19 대책과 추경안을 통해 이미 발표된 내용이었다. △시차출근·재택근무 등 유연근무를 위한 간접노무비 지원 확대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생활안정자금 융자 확대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이다.


노동계는 임금 및 단체교섭의 시기와 기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총에서 산별에 협조를 요청하겠지만 임단협은 각 사업장에서 하는 것”이라며 “노총에서 간섭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탄력적’이라는 말도 사용자 측과 정부에서 요구한 임단협 시작 시기 연기, 기간 단축에 대해 노동계가 강하게 거부해 조율 후 합의된 문구로 전해졌다. 민주노총은 노사자치의 훼손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임단협 시작 시기 등도 역시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는 것”이라며 “이를 무시하고 시작 시기를 미루고 단기간에 끝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 대규모 행사 및 집회 등을 자제하기로 한 내용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부터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쟁의행위로 이어질지 여부다. 재계 관계자는 “임단협과 관련해 사용자 쪽에서 원하는 것은 ‘양보하는 협상’으로, 코로나19로 내수가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무리한 임금 상승을 요구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노총 철도노조가 오는 10일로 예정된 파업을 이날 전격 철회했지만 잠잠해진 ‘무파업’ 기조가 언제까지 갈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재계의 경우 자가격리 중인 근로자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 보호 조치 마련에 노력한다고 합의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재원을 부담할지는 알 수 없다. 경총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가 고용안정을 위해 기업에 지급하는 금액이 근로자에게 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내용이지 유급휴업수당 이상의 100% 임금 보장이 아니라는 것은 노동계에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는 전날 이재갑 고용부 장관을 만나 휴업수당을 정부 지원금으로 일부 보전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의 상한을 90%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고용부는 67%인 상한을 75%까지 올렸지만 이보다 더 상향해줄 것을 요청한 셈이다. 사태가 장기화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또다시 노사갈등이 첨예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재계와 노동계를 가리지 않고 “정부가 밀어붙인 합의안”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언이 단순한 선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실무협의가 중요하다는 데 노사정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대립적인 노사 및 노정 관계가 바뀌는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경사노위는 아직 다음 일정을 잡지는 않았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단순한 선언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선언’에 손경식(앞줄 오른쪽)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으로 끝나지 않도록 노사정이 수시로 모여 구체적 사안을 점검하고 논의하도록 하겠다”며 “정부 방침을 노사가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지 등 필요한 논의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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