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바꾸고 보고서 미루고....코로나發 '주총대란' 현실로

8개사 "보고서 지연 제재 면해달라"
삼성중공업·현대글로비스 등 29곳은
구미공장 등 이유 주총장 급히 변경
재계 "내주부터 무더기 혼란 불보듯"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총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사업보고서 지연제출에 대한 제재 면제를 신청한 기업이 연일 증가하고 주주총회 장소를 급하게 바꾸는 기업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는 한 주총혼란이 불가피한 기업들이 다음주에 무더기로 나타날 우려가 큰 것으로 내다봤다.

6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총 8개 기업이 사업보고서 지연제출에 대한 제재 면제를 금융당국에 신청했다. 신청기업에는 KH바텍과 화신테크·오가닉티코스메틱·골든센츄리·오스템 등 코스닥 상장사 5곳과 코넥스 상장사 에스에이티이엔지, 비상장사 태광실업 등이 포함됐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지연제출 제재 면제 심사를 신청하는 기타법인 중에는 정우비나만 이름을 올렸다.

금융 당국은 앞서 지난달 말 열린 증선위에서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중 주요사업장이 중국이나 국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에 있거나 해당 지역에서 중요한 영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 중 재무제표 작성이나 외부감사가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지연된 기업이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을 5월15일(비상장사 6월15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신청기업은 직간접적으로 코로나의 영향을 받은 기업들이다. KH바텍은 본사를 비롯해 공장 3곳이 감염병 특별 관리구역인 경북 구미시에 있는데다 중국 자회사도 톈진시와 광둥성 후이저우시 등 코로나19 확산 영향권에 있어 재무제표를 위한 실사가 어려워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 작성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신테크는 코로나19 밀접 접촉자 발생으로 지난달 27일 사업장 휴업에 돌입한 상태고, 일부 임직원은 자가격리 중이다.

3곳의 주요 계열사가 중국에 소재하고 있어 재무제표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부품제조업체 오스템도 지난 5일 사업보고서 등 지연제출에 대한 제재 면제 심사를 신청했다. 자회사 중 중국에 사업장을 둔 기업을 다수 보유한 지주회사 태광실업도 결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공시했다. 오가닉티코스메틱과 골든센츄리는 국내 증시에 우회상장돼 있는 중국 회사로 실질사업회사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에 있어 지난해 회계연도 외부감사 및 재무제표 작성 등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은 이달 말 열릴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심사를 통해 제재 면제 여부가 결정된다.

재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 만큼 지연제출에 대한 제재 면제 심사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앞으로도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지난달 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가증권 8곳, 코스닥 60곳 등이 지연제출에 대한 제재 면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아직 기업들이 감사보고서 제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다른 기업들의 신청 여부를 살피며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다음주가 분수령이 될 텐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으면 무더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던 장소가 폐쇄되거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으로 확인되며 급하게 주주총회 장소를 바꾸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중공업과 현대글로비스 등 9곳의 유가증권 상장사와 펄어비스와 삼천당제약 등 20곳에 달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주주총회 장소 변경을 공시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본사를 주총 장소로 잡았다가 사업장 확산을 우려해, NHN과 현대글로비스는 당초 주총 개최 예정이었던 공공기관 폐쇄로 본사 인근 호텔로 주총 장소를 변경했다. 주총 개최가 3주가량 남은 만큼 주총 장소 변경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이미 한솔제지와 메디포스트·케이프 등은 공시를 통해 향후 주총 개최장이 변경될 수도 있음을 안내한 상태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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