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불필요한 교섭·분쟁 자제...생산 타격 땐 기업에 힘 보태야"

[코로나19-위기 극복 전문가 진단]
- 노조의 역할은
단기 이익 취하려 무조건 반대 안돼...전향적 태도 필요
단순 임금협상 위한 파업은 위기 상황 더 악화 시킬수도
과도한 인건비로 부담 큰 회사선 노조가 먼저 절감 제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타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매출 하락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경영계는 속속 단기 희망휴직, 임금 삭감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코로나19발 경제위기는 노조라고 빗겨갈 수 없다. 이런 위기상황을 아는지 일부 대기업 노조는 ‘춘투’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이들을 향한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코로나19로 신음하는 한국 경제와 산업계의 위기극복을 위해 요구되는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해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는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노조가 단기적인 이해관계에 맞물려 사측의 제안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구태를 버리고 위기극복을 위해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국가적 위기상황이자 국민의 건강과 일상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위기상황에서 노조의 대승적인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여파에도 임금협상을 위해 파업을 계획하는 등 조직 이익에 매몰된 행동은 위기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부품수급 지체로 생산성이 떨어진 산업에는 노조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박 교수는 “떨어진 가동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절차를 갖추려면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며 “불요불급한 교섭이라든가 분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에도 임금교섭을 위해 파업을 계획하는 완성차 노조에 대해서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차량 구매 수요가 줄었는데 노사가 대립하는 모습은 해당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노조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충고했다. 지난달 국내 자동차 판매는 전년에 비해 21%나 감소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2월보다 3월 판매가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 손실도 노조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 경제에 미칠 파급은 훨씬 심각해진다”며 “지금은 노사가 함께 위기극복에 나서는 게 굉장히 중요한 시점으로, 파업 등 노사갈등이 줄어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품공급이 줄어 빈 컨베이어 벨트를 돌리는 공피치가 매출 감소로 나타날 수 있음에도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사측에 대해 노조도 전향적인 양보를 해야한다는 구체적인 지적도 있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가 심화할 경우 경영자 입장에서는 정리해고를 고려할 수도 있다”며 “노동조합이 먼저 고용유지에 화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과도한 인건비 부담이 있다면 회사에 먼저 인건비 절감 방안을 제안하고 양보교섭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귀족노조로 비판을 받고 있는 대기업 정규직 중심인 노동조합이 위기상황에서는 사측보다 앞장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더 보듬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기업 정규직 중심인 노조는 당장 일자리를 잃을 염려가 적지만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자리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을 위한 정부 측의 긴급지원도 필요하지만 정규직 노조의 상생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노조의 협조도 절실한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일부 노조가 파업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곡해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아전인수격 비판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는 전파력이 높아 생산 라인에 한 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당장 해당 공장은 임시 폐쇄된다. 수출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하루라도 생산 라인이 멈추게 되면 기업은 물론 경제까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박 교수는 “당장 교섭을 진행하는 상황에서는 노사가 화상회의로 한다거나 서면을 통해 사전에 충분히 교감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며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필요한 협조가 교섭단계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안은 대면회의 등을 지양하는 모습에서 노사 모두 위기관리 역량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외에 상당수 기업은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만큼 업무 능률을 높이는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편 이번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 선언문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다 보니 장외에서 이번 노사정 합의를 문제 삼는 게 답답하다”며 “위기가 심각할 때는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종갑·박준호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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