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6일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뉴욕 메츠전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주피터=USA투데이연합뉴스
3경기 동안 73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 중 50개가 스트라이크다. ‘K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빠르고 거침없는 스타일로 낯선 메이저리그(MLB)에 녹아들고 있다.
6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치른 뉴욕 메츠와의 시범경기 결과(7대7 무)를 트위터로 알리며 김광현의 투구 사진을 내걸었다. 왼손 투수 김광현은 이날 애덤 웨인라이트에 이어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앞서 웨인라이트는 4이닝 5실점 했다. 웨인라이트는 지난해 14승 등 통산 162승을 올린 베테랑 오른손 투수다.
시범경기 개막 후 김광현은 선발로 한 번, 구원으로 두 번 나서 3경기 5이닝 7탈삼진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벌이고 있다. 탈삼진 7개가 모두 헛스윙 삼진이고 5이닝 이상 던진 팀 내 투수 중 김광현 혼자만 실점이 없다. 특히 이날 25개의 공 가운데 18개를 스트라이크로 꽂는 등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인다. 3경기를 통틀어 스트라이크 비율은 68.5%(50/73)에 이른다. 여기에 KBO 리그 시절부터 투구 사이 간격인 인터벌이 빠르기로 유명했던 김광현은 MLB에서도 똑같이 빨리빨리 던져 타자가 타이밍을 가늠할 시간을 뺏는다. 빠르고 거침없는 ‘패스트&퓨리어스’ 스타일이다.
AP통신은 김광현이 지난해 한국에서 17승6패, 평균자책점 2.51을 찍고 세인트루이스와 2년간 800만달러에 계약했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그의 투구에서 사타구니 통증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김광현은 지난 3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사타구니에 가벼운 통증을 느껴 부상 방지 차원에서 일정을 미뤘다. 메츠전도 선발 예정이 경기 하루 전에 구원 등판으로 바뀌는 등 다소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김광현은 최고 시속 150㎞의 묵직한 공으로 또 한 번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5회 1사 2루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한숨 돌린 뒤 공 3개로 헛스윙 삼진 처리해 불을 껐다. 6회에는 첫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1사 1·3루의 큰 위기를 맞았으나 뜬공으로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고 2·3루에서 투수 앞 땅볼로 실점 없이 마쳤다. 주전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의 두 번째 호흡도 썩 좋았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두고) 계속 경쟁을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매우 긍정적이다. 다양한 공을 효과적으로 던지고 있다”고 김광현을 칭찬했다. 김광현은 “통증 부위는 이미 100% 회복됐다”며 “내일(7일)은 머리카락을 자르고 바다낚시도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7일은 팀 전체 휴식일이다. 김광현은 오는 10일 미네소타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