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코로나 확진 4,000명 육박..부양 규모 급히 2배로

환자 대부분 경제축 북부에 몰려
침체우려 커지자 10조 긴급 투입
美·유럽서도 누적 확진자 증가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폭증한 이탈리아에서 경기침체 위기의 그림자가 짙어지자 다급해진 이탈리아 정부가 경기부양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75억유로(약 10조500억원)를 긴급 투입하는 내용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이는 나흘 전 발표했던 36억유로(약 4조8,00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애초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날 신규 확진자가 769명(24.9%) 늘면서 누적 확진자 수는 3,858명이 됐다. 이는 중국과 한국에 이어 가장 많은 숫자다. 특히 코로나19가 이탈리아 경제를 책임지는 북부 지역에서 주로 확산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가 자동차 제조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를 포함한 주요 기업들의 본거지인 북부 지역 비즈니스 활동을 거의 마비시켰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탈리아 코로나19 확진자의 90% 정도가 롬바르디아·베네토·에밀리아로마냐주(州)에서 발생했는데 이들은 이탈리아 전체 경제 총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각국의 이탈리아행 직항노선 운항 중단과 관광객 감소 등으로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는 전날 발표한 전국 학교 휴교령과 집회금지 등에 이어 오는 29일 실시하려던 의원 수 감축 국민투표도 연기하기로 했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30명 이상 증가해 100명을 돌파했으며 프랑스에서는 138명이 추가돼 400여명을 넘어섰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중앙은행들을 상대로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적절한 대책을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해상에서 대기 중인 크루즈선 ‘그랜드프린세스호’ 갑판 위로 미군 헬리콥터가 코로나19 검사키트를 전달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미국 보건당국은 탑승객이 코로나19로 사망한 크루즈선 ‘그랜드프린세스호’에 5일(현지시간) 헬리콥터로 진단키트를 투하해 검사를 진행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그랜드프린세스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멕시코·하와이 등지를 오가는 크루즈선으로 지난달 11∼21일 이 배를 타고 멕시코를 여행한 캘리포니아주의 71세 남성이 4일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700명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일본 크루즈선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워싱턴주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1명 추가돼 12명으로 늘었다. 또 누적 확진자는 워싱턴주 70명, 캘리포니아주 11명, 텍사스주 3명, 뉴욕주 22명 등 200명을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뉴욕시에서 2,773명이 자가격리 상태이며 이 가운데 월스트리트 근무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6일 뉴욕증시가 개장할 경우 코로나19 공포에 따른 ‘패닉셀(panic sell)’이 쏟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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