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 교수. /사진제공=정동길 교수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김사부 역을 맡은 한석규. /사진제공=SBS
“드라마 속 ‘김사부’ 같은 의사요? 오직 환자와 치료에 대해서만 생각한다는 면에서는 많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의사를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이라고 보고 김사부 같은 의사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오해죠.”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의 의학자문을 맡은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정동길 조교수는 서울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현실에 김사부 같은 의사가 얼마나 있냐’고 묻자 이 같이 답했다. 드라마 속 김사부(한석규 분)는 성격은 다소 거칠지만 누구보다 환자와 후배 의사들을 먼저 생각하는 가슴 따뜻한 의사로, 초라한 시골 ‘돌담병원’에서 최고의 의술과 인술을 펼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와 감동을 줬다. 매 회마다 김사부 등 의료진들이 돌담병원 응급실에서 벌인 치열한 분투가 현실처럼 생생하게 그려진 데는 정 교수의 자문이 큰 힘을 발휘했다. 현재 나라의 부름을 받고 태안군보건의료원에서 근무 중인 정 교수는 5월 1일 자로 다시 병원에 복귀할 예정이다.
정 교수는 “김사부처럼 후배 의사를 위해 애쓰는 ‘사부’ 의사들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극 중 김사부처럼 트리플 보드(3개 과목의 전문의 취득)를 가진 의사는 극히 드물고, “김사부만큼 거의 모든 과의 지식을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의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정 교수가 드라마 시즌 1에 이어 시즌2까지 자문역을 맡게 된 것은 사촌 누나가 ‘낭만닥터 김사부’를 집필한 강은경 작가이기 때문이다. 2016년 초 임상조교수 근무 당시 처음 시놉시스를 받고 ‘하얗게 불태웠다’는 그는 시즌 2는 꿈도 꾸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 말 시즌2 구상 계획을 듣고 자문의로 다시 한 번 참여하게 됐다.
그가 자문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현실성’이다. ‘실제 이런 환자가 있을 때 나는 어떻게 처치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하며 자문했다. 그는 “물론 드라마라는 특성상 극적인 장면 연출이 필요하거나, 극적 장치를 위해 현실성을 포기해야하는 부분들이 어쩔 수 없이 발생했지만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자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제 치열한 의료 현장에 몸담고 있는 정교수에게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성심껏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이 ‘사기꾼’ 취급 당할 때다. 정 교수도 환자를 진료하면서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자 ‘의사들이 환자한테 돈 뜯으려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드라마 속에서도 고가의 치료를 놓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며 월급받는 의사가 검사 하나 더 한다고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건 아니다” 라며 “환자들의 대단한 오해”라고 강조했다. 되려 환자에게 과도하게 의료보험을 적용해 주려다 병원 전체에 재정적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의료진의 고충이 큰 상황이다. 정 교수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진료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만삭인 아내를 두고도 한 달 반가량 집에 가지 못했다. 그는 “의료진에게 가장 힘든 부분은 신체적 피로보다 심리적인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 나로 인해 가족들에게 병을 옮기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고,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명감, 의무감 만을 강조하며 그걸 당연하다 말하고 희생을 강요할 때는 정말 자괴감 마저 듭니다. ‘감사하다’ ‘힘내시라’ 등의 격려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는 환자들의 감사함에 보람을 느끼고 힘든걸 버텨낸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사부라면 지금의 코로나19 사태에 어떻게 대처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김사부라는 캐릭터라면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종교 교주를 찾아가 ‘당신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어!’ 라며 호통치지 않을까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상상입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