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인천석유화학 엔지니어들이 사내 폐수처리장 내 실험실에서 미생물 영상 이미지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인천석유화학
정유·화학업계가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인체와 환경에 유해하지 않게 물질을 생산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미생물을 활용하는 사업을 발굴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전북 군산에 위치한 GS칼텍스의 ‘2,3-부탄디올(BDO)’ 생산공장. /GS칼텍스 블로그
8일 업계에 따르면 GS(078930)칼텍스는 미생물 기술을 적용한 화장품 원료 브랜드 ‘그린다이올’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했다. GS칼텍스가 미생물 등 친환경 공정을 통해 생산한 천연물질 ‘2,3-부탄디올(BDO)’은 무자극·무독성에 보습·항균 효과가 뛰어나 화장품 원료에 적합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물질은 자연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지만 특이한 구조 탓에 일반 석유화학 공정으로는 대량생산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수년간 1만 번이 넘는 실험 끝에 미생물이 발효를 통해 자연적으로 이 물질을 생산하도록 하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냈다. 현재 전북 군산의 공장에서 대량생산해 고급 화장품 브랜드 ‘헤라’ 등에 공급하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 역시 지난해부터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폐수·폐기물 처리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하·폐수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DNA를 추출·분석해 수질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특정 오염물질 제거에 특화된 미생물로 하·폐수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화학물질 대신 미생물을 활용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처리 효율은 20% 이상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바이오 산업 중 ‘화이트 바이오’ 분야의 성장과 관련이 깊다. 화이트 바이오는 식물 자원을 원료로 친환경 화학제품 등을 제조하거나 수처리용 미생물 등을 활용하는 산업이다. 이미 경쟁이 치열해진 의약품·백신 등을 제조하는 ‘레드 바이오’에 비해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정부는 올 초 화이트 바이오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는 화이트(4.2%)보다는 레드(39.7%)에 집중돼 있다.
다른 국내 화학 기업들도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KC(011790)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폴리락틱애시드(PLA) 필름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뒤 적용 범위를 확대 중이다. 이 필름은 땅에 묻으면 14주 만에 생분해되면서 유해물질을 남기지 않아 다양한 식품 포장재로 활용되고 있다. 삼양그룹의 화학 계열사 삼양이노켐 역시 710억원을 투자해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이소소르비드’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