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흔들리는 금융사 글로벌 전략

한국行·대면접촉 기피 분위기에
신한퓨처스랩 유럽 진출 늦어져
해외 IR·출장·지점 확대도 난항
글로벌 경쟁력 강화 줄줄이 차질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금융사들의 글로벌 사업에 노란불이 켜졌다. 주요 글로벌 기업이 잇따라 임직원들의 한국 방문을 제한하기 시작한데다 한국발(發) 입국에 빗장을 거는 국가마저 늘어나면서 인력 이동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저금리와 각종 규제,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한계에 직면한 국내 시장 대신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금융사들의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의 유럽 진출 지역 답사를 위한 해외 출장을 최근 잠정 연기했다. 당초 이달 중 프랑스와 영국·이스라엘을 방문해 신한퓨처스랩의 유럽 네트워크 출범을 위한 후보지를 물색하고 스타트업 발굴·육성을 협업할 현지기관과도 접촉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발이 묶였다. 이스라엘의 경우 이미 지난달 24일부터 한국에서 직전 14일 이내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 및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했고 영국도 자국민에게 한국발 입국자와 대인접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9시 기준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총 103개국이다.


신한퓨처스랩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국내 혁신성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내놓은 ‘트리플 케이 프로젝트’의 핵심 플랫폼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한 직후 3년간 2조1,000억원을 투자해 스타트업 2,000개를 발굴·지원하고 유니콘 1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혁신기업을 발굴하고 해외 진출까지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에서 신한퓨처스랩은 중추 역할을 맡는다. 이미 베트남 호찌민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있는 신한퓨처스랩이 유럽 기지를 마련하는 것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마지막 퍼즐이었지만 올 하반기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신한금융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유럽 국가에 신한퓨처스랩을 열고 나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로서 체계를 갖추는 것이 다음 단계였는데 코로나 사태로 일단 중단한 상태”라며 “사태가 진정되면 하반기에라도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소통·유치는 물론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금융사들의 해외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최근 국내 금융사들은 수장이 직접 연간 3~4차례씩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서 주요 금융기관과 기관투자가를 만나고 투자금융(IB)·연금 사업 부문 등에서 선진경영 노하우를 청취하는 등 적극적인 외부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한국 출장을 공식 제한한 골드만삭스를 시작으로 글로벌 투자사들이 대면 미팅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국내 금융사들은 2월 초부터 임직원들의 해외 출장을 대부분 취소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가늠할 수 없어 향후 IR 일정을 잡는 것도 여의치 않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화상회의나 콘퍼런스콜로 일단 대체할 수 있어 막대한 타격은 없다”면서도 “직접 만나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은 지연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공들여 왔던 해외 지점 확대도 자칫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 현지인이 한국인과의 대면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데다 주재원들도 혹시 모를 감염 위험에 대비해 현지 활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해외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약한 일부 은행들은 행장이 직접 해외 금융당국을 찾아 현지 지점 인가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당분간은 이런 식의 대외활동도 어렵다. 베트남에 주재하고 있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인 기피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주재원들도 현지인들과의 접촉을 가급적 지양하고 있다”고 전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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