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증치세, 부가가치세, VAT

■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지리·경제적으로 中과 얽혀있는 韓
코로나 사태로 친중 논쟁 또 불거져
국익 기반한 대외관계 재정비 위해
현명한 리더십·中 탐낼 자산 키워야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중국 수교 직전인 지난 1990년대 초의 일이었다. 증치세라는 생소한 단어가 보고서에 자주 등장했다. 부가가치세의 중국식 표현인지라 일본에서 유입돼 우리말로 이미 정착된 부가가치세로 통일했으면 했었다. 지금은 증치세도 자리를 잡아 부가가치세, VAT와 혼용되고 있다. 복잡한 우리 대외관계의 현 주소를 나타내준다고나 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친중·친미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급기야는 차이나 게이트 문제까지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중국에 대해 아직까지도 심리적 거리감이 있다. 중국이 반민주주의라는 인식과 재산권 침해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서다.


도대체 중국요소가 우리에게 얼마나 깊숙하게 얽혀 있는 것일까. 우선, 거리감이다. 오지를 제외한 비행거리가 길어봐야 5시간이다. 그만큼 가깝다. 경제적으로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탈 중국의존을 외치지만 간단하지 않다. 2019년 무역의존도 23.3% (홍콩포함시 26.5%), 투자의존도 10%다. 대미의존도(무역 12.9%, 투자 23%)와 비교해도 쉽게 알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인적교류의 깊이다. 우선 중국 거주 경험자 규모를 보자. 재외동포재단 통계를 좇아 추정해본다. 1992년 수교부터 과거 28년간 유학생을 포함한 중국 내 상주 평균인구는 35만명 정도이다. 거주 주기가 문제인데 대기업은 4년 정도이고 중소기업 종사자의 경우 무한정이다. 유학생은 2~5년 정도이다. 이를 종합해 계산의 편의상 1주기를 7년 정도로 치자. 그렇게 된다면 4주기(28년)를 경과한 것으로 간주, 중국 체류 경험자를 140만명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또한 250만 국내체류 외국인 가운데 43.6%인 110만명이 중국인이다. 그 중 70만명이 한국계다. 잔여 40만명의 상당수도 국내 유학경험자(약 30만명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양한 분야에 취업 중이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계 여성의 취업 업종이다. 35만 가운데 상당수가 육아·간병·가사도우미로 중산층 이상의 일상생활의 한 축을 깊숙이 담당하고 있다. 결국 중국 거주 경험 한국인 140만, 국내거주 중국인 110만, 얼추 250만명 정도가 중국과 직접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5,000만 인구의 근 5%에 육박한다.

한편, 국내의 미국 체류 경험자 규모를 보자. 기본적으로 미국 체류 경험자는 주재원 등 일반 체류자와 유학생이다. 상당수가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로 흡수됐다. 영주권제도가 없는 중국과는 사정이 판연하게 다르다. 현 재미 유학생 규모는 10만명 미만이다. 유학생 중 대부분이 귀국했다 치더라도 미국 체류 경험자는 최대 200만명 규모를 넘지 못할 것이다. 현 국내체류 미 국적자는 15만명이다. 결국 250만 대 215만이다. 잠재적 친중파의 저변이 친미파의 저변보다 넓어졌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지나친 중국화를 우려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우리의 대외관계는 현대화의 주 화두인 과학성과 논리성에 입각,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재정비돼야 한다. 1세기 전 우리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만큼 당당해져야 한다. 또한 주어진 부존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이를 국익에 연결시켜야 한다. 비화교권 국가로서 중국과의 교류를 가장 내실 있게 가져갈 수 있는 인적자산이 있다. 특히, 미래 양국관계에서 여론 주도층이 될 양국 간 유학경험자 규모가 세계최대다. 양방향 공히 30만명 정도이다. 이들이 한중 간의 교량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게 대표주자를 배출할 이유가 있다. 특히 4차 산업시대의 미래를 열어갈 이들의 역량을 기대한다. 또한 사회 각층에 ‘꽌시’만 주장하지 않는 균형잡힌 차이나스쿨을 키워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처럼 중국이 탐내는 국가자산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깔보지 않게 될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안목을 가진 현명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국내만의 우물 안 개구리를 탈피해 대외인식에 투철하고 영민한 훨씬 똑똑한 리더십말이다. 총선·대선 후보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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