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제 격리시설로 쓰이던 중 지난 7일 저녁(현지시간) 붕괴된 중국 푸젠셍 취안저우의 호텔 건물이 무너진 잔해 속에 휘어진 철골을 드러내고 있다. /취안저우=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감소를 근거로 ‘전쟁 승리’ 선언을 희망하는 중국 지도부의 바람과는 반대로 격리 호텔 붕괴와 역유입 확진자 증가 등 새로운 악재가 중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1~2월 수출이 급락하는 등 경제지표도 나쁘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연일 “정상 사회·경제 질서로의 복귀”를 외치지만 실제 상황은 녹록지 않은 셈이다.
8일(현지시간) 관영 신화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7시5분께 푸젠성 취안저우시 소재 7층 건물인 신자호텔이 붕괴되면서 이날 오후5시 현재 최소 10명이 사망이 사망했고 23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중경상을 입은 38명은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비즈니스급인 이 호텔은 중국 정부가 ‘징발’해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2주 동안 강제 지정격리하는 ‘집중관찰시설’로 이용되고 있었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호텔 건물은 단 2초 만에 폭삭 주저앉았고 일대는 뿌연 먼지로 뒤덮혔다. 사고 당시 이 건물 1층에서 개조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붕괴사고가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
30여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다음날 새벽 구조대가 무너진 건물에서 남자아이를 구출해내고 있다(작은 사진). /취안저우=AFP연합뉴스
건물 자체는 2013년 완공됐고 호텔 영업은 2018년에 시작됐다. 중국 당국이 이런 부실한 건물에 사람들을 지정격리했다는 소식에 비난이 쏟아졌다. AP통신은 “중국 내에서 현재 8만여명이 이런 집중관찰시설에 수용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시설 안전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 호텔에 한국인 격리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일 현재 중국 내 호텔 등에 수용된 한국인 지정격리자는 1,083명이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역외 유입 확진자들이 늘어나는 것도 곤혹스럽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공식집계에 따르면 7일 하루 동안 발생한 확진 환자는 44명, 사망자는 27명이었다.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확진자가 50명선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이 가운데 ‘코로나19의 발원지’인 베이성 이외 확진자는 3명이었는데 모두가 이탈리아나 이란 등 해외에서 귀국한 중국인이었다. 이날까지 역유입 확진 중국인은 모두 63명으로 기록됐다. 중국 당국은 이날 이탈리아에서 해열제를 먹고 귀국한 4명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경제지표도 악화일로다. 8일 중국 해관총서(세관)가 공개한 1~2월 수출액은 2,924억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2%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산과 물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수출량의 5분의1이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수입도 4% 감소했다. 중국의 통계오류 논란이 계속되고 기업 생산도 아직 70% 정도밖에 재개되지 않아 부진은 3월 이후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리스 팡 ING은행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체인은 여전히 망가진 상태”라며 “3~4월 수치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