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혼란스럽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작은 바이러스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걱정이다. 몇 년 전 국내로 유입돼 발생한 사스·메르스의 원인도 바이러스다. 19세기 발생한 콜레라와 황열병, 제1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 등 인류사를 바꾼 병들의 원인도 바이러스와 세균 등 미생물이다.
병원성 미생물은 농업 분야에서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과수화상병은 여전히 농업계 종사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새로운 방제법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막대한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 이들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미생물의 이용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다. 첫째, 미생물의 특성을 그대로 활용해 농약이나 비료처럼 병원균을 억제하거나 작물의 생장촉진 등에 대한 것이다. 둘째, 발효식품과 의약품 등 미생물이 분비하는 유용물질을 이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셋째, 미생물의 대사를 재설계해 유용한 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최근 진행 중인 폐플라스틱과 잔류농약을 분해하는 연구도 주목해볼 만하다.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될 약 2만5,000건의 미생물 자원을 보존하고 있으며 연구로 밝혀진 특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농업미생물은행(KACC)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자연환경과 생명체 내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며 균형 잡힌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 균형이 깨져 병원성 미생물이 숙주의 면역력을 넘는 수준으로 증식되면 병이 발생한다. 그래서 미생물 연구는 서로 연계하며 살아가는 미생물들의 상호관계를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자연환경이나 생명체 내에서 서로 영향을 주며 공존하는 미생물 집단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한다. 의학계에서는 이미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유용한 임상 사례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사람의 장내 미생물이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의 장내 미생물을 제어해 온실가스인 메탄가스 배출과 축산분뇨의 악취를 저감하는 연구 등 농업 분야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미생물이 분비하는 다양한 대사산물이 인간과 가축의 면역 증진은 물론이고 작물의 건강과 관련이 깊다는 점은 이미 다앙한 연구로 증명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규모는 오는 2023년 약 12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제2의 게놈이나 생물 반도체라고 부르는 것은 투자와 성과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반영한다. 유전자 증폭기술을 기반으로 한 코로나19의 진단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유전체 분석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시장을 선점할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