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납부할 당시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납부했던 세금이 사후적인 사유가 발생해 과세근거가 소멸됨으로써 부당하게 평가되는 경우들이 있다. 국세기본법은 이 같이 사후적으로 애초의 납세가 부당하게 되는 경우에 납세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하여 후발적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제도를 두고 있다. 현행법상 후발적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는 납세자가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지방세기본법도 동일한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
국세기본법 시행령은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사유의 하나로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과 관계되는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로 해제되거나 해당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해제되거나 취소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토지매매계약과 같이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되는 계약을 예로 들어보자. 양도인이 그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을 신고·납부한 이후에 계약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쟁으로 급기야 양도인은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양수인은 그 해제가 부당하다고 다툼으로써 계약해제의 효력에 관해 민사소송이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같이 납세자인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계약해제의 효력에 관하여 민사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납세자인 양도인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해제가 발생한 것을 안 날은 언제일까?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30일 대법원이 선고한 법인세경정거부처분취소 사건을 참고할 만하다. 이는 한국철도공사의 ‘용산역세권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관련 사건으로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인 약 1조 원에 육박하는 세액이 다투어졌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해 해제되었음이 증명된 이상 그에 관한 소송의 판결에 의하여 해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대법원 2019년 1월 30일 선고 2016두59188 판결)했다.
계약해제의 적법 여부가 민사소송에서 확정되기 전까지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그리고 과세관청은 이 사건에서 법인세는 계속기업을 전제로 기간과세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이익으로 처리되어야 하고, 과거의 납세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는 경정청구사유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하였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써 양도인이 계약해제를 하였으나 그 계약해제의 효력에 관하여 양수인과 사이에 민사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양도인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이 언제인지가 불분명하였던 문제점이 해소되었다.
그러나 위 사건은 양도인이 토지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 관한 것이고, 거래 현실에서 계약의 효력에 관한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는 다양하다. 따라서 납세자들은 납세의 원인이 된 계약이 일방 당사자에 의해 해제, 취소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언제가 경정청구를 하여야 하는 시점인지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하고, 필요한 경우 반드시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아야 한다. 그 시점으로부터 90일의 경정청구기간을 도과하게 되면 권리구제가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