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며 방사포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방사포로 추정되는 발사체 다수를 또다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위로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지 닷새 만에 발사체 도발을 해 그 의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7시36분께 북한은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북동쪽 동해상으로 다수의 단거리 발사체를 여러 발 쏘아올렸다. 합참은 이 가운데 세 발을 포착했으며 이 발사체들은 최대 비행거리 200㎞, 고도 약 50㎞로 탐지됐다.
합참은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와 300㎜ 신형 방사포, 240㎜ 방사포 등을 함께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세부적인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현재 정밀 분석하고 있다”며 “북한의 이런 행동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9·19군사합의’의 기본정신에 배치되는 것으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일에도 강원 원산에서 동해상으로 방사포 두 발을 발사했다. 이에 청와대가 우려를 표명하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3일 담화를 통해 청와대를 비판했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 다음날인 4일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로의 친서를 보냈고 다음날인 5일 문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담은 답신을 했다.
군 당국은 2일과 이번 발사체 발사가 북한이 동계훈련으로 진행하고 있는 합동타격훈련의 일환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군과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발사체 도발이 내부 결속과 함께 정상적인 군사훈련임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내부 결속 차원에서 발사를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이와 함께 방사포 등의 정확도 시험이나 성능개량을 의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북한이 청와대를 비판하다 친서를 보내고, 발사체 도발을 하는 것은 우선 내부 결속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방어적 형태의 연례적인 군사훈련임을 강조하면서 발사체를 비판하는 주변국들을 향한 무력시위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한미 미사일방어(MD)체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잇따라 북한이 발사하는 방사포는 요격이 어려운 발사체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 역시 군 당국은 초대형 방사포와 신형 방사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번 발사체의 사거리를 보면 200㎞ 정도의 단거리 발사체인데 이는 신형 또는 대형 방사포의 시험 버전일 가능성이 있다”며 “신형·대형 방사포의 지속적인 성능개량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발사체 도발을 하는 것은 큰 틀에서 한미 MD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고 전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