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그룹이 투자확약은 쏙 빼놓은 채 약국 의료정보 플랫폼 케어랩스(263700) 인수전에 참여했다. 한화그룹 컨소시엄을 꺾고 품에 안은 전자의무기록(EMR) 국내 1위 사업자 유비케어(032620)의 주식매매계약(SPA)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동일업종 인수에 나서는 공격적 행보로 이목을 끌었지만 결국 자금조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메이플투자파트너스(옛 MG인베스트먼트)의 프로젝트 펀드에 출자자(Limited Parter·LP)로 참여해 케어랩스 인수에 나섰던 녹십자그룹이 정작 투자확약서(LOC)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메이플은 지난 1월 있었던 예비입찰 이후 인수전에 참여해 7일 있었던 본입찰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현재 승자 자리를 놓고 SG프라이빗에쿼티(PE)와 2파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문제는 메이플이 케어랩스 인수를 위해 조성하는 프로젝트 펀드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통상 경매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인수합병(M&A)에 뛰어든 사모펀드(PEF)는 본입찰 이전에 인수자금 조달을 완료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출자에 대한 구속력 있는 LOC를 매각자 측에 제출한다. 쉽게 말해 녹십자가 자금조달에 성공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케어랩스 인수전에 뛰어든 셈이다.
녹십자의 자금조달 성공 가능성을 놓고 해석은 분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메이플을 앞세운 녹십자가 케어랩스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녹십자는 시냅틱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유비케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 2월 유비케어와 2,088억원에 52.65%의 주식을 양수도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계약 종결일인 4월 29일까지 시냅틱을 통해 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케어랩스 인수전에 정통한 한 투자업계의 관계자는 “매각이 시급한 데일리블록체인 측도, 데일리블록체인의 채권자들도 유력 인수후보 측인 녹십자의 LOC가 빠져서 당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결론은 이르면 이번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측인 데일리블록체인과 주관사인 삼일PwC는 오는 13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