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공시생들이 공부하는 모습./방진혁 기자
“코로나요? 시험 걱정밖에 안 들어요.” “책 가지러 왔어요. 독서실에서 공부하려고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에 공무원 시험이 줄줄이 연기되고 학원들도 휴업에 들어갔지만 일부 ‘공시생’들은 여전히 학원가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사태 종식’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독서실에서라도 공부하겠다는 것이다.
9일 노량진의 한 경찰공무원 학원 입구에는 ‘마스크 미착용 시 출입금지’ 문구와 함께 손 세정제가 비치돼 있었다. 지난주에는 없었던 ‘열감지기’도 비치됐다. 이미 방업 작업과 함께 일주일 휴원 뒤 정상 수업을 진행했지만 또 다시 휴원할 계획이다. 정부가 국세청까지 동원한 ‘초강력’ 검역 실태조사 점검을 예고하면서다. 지난 4일까지 인터넷강의로 수업을 진행했던 한 학원도 9일부터 일주일 동안 다시 휴원에 들어갔다.
앞서 정부와 지자체들은 공무원 시험 일정을 줄줄이 연기했다. 이달 말 예정이던 국가공무원 9급 공채 및 소방공무원 필기는 5월 이후로 미뤄졌다. 다음 달 4일 예정됐던 경찰공무원 공채·경채 시험도 무기한 연기됐다. 서울 주요 대학들도 원격 강의를 도입하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8일 열감지기를 갖춘 노량진 학원가의 모습./방진혁기자
많은 공시생들은 어쩔수 없이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형국이지만 ‘강행군’을 이어간다는 의지를 보인 공시생들도 눈에 띄었다. 휴원 예정인 한 학원의 수강생인 박모씨(23)는 “휴강해서 책을 가지러 온 것은 맞지만 집에선 공부가 잘 안 된다”며 “노량진에서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량진의 한 독서실 앞에서 만난 이모씨(24)도 “집에서는 공부가 안 된다”고 전했다. 코로나보다 탈락이 더 무서운 셈이다.
안전 불감증 우려도 나온다. 독서실에는 열감지기 등 예방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아무리 마스크를 착용해도 사람들이 밀집해 있다가 단 한 명의 확진자라도 생기면 위험해진다”고 지적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