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私薦" 영남권 '무소속 벨트' 꿈틀

홍준표 "양아치 공천" 비판하며
"黃이 바로잡아 달라" 최후 통첩
김형오는 "턱도 없는 소리" 반발
컷오프 중진 등 무소속 출마 조율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오후 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텃밭인 영남 지역 유력 정치인은 물론 현역 의원들까지 대거 물갈이하자 대규모 무소속 출마 사태가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 같은 결정을 한 김형오 공관위원장에게 “양아치 공천”이라고 비판하며 황교안 대표를 향해 “바로잡으라”고 경고했다.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의 무소속 의원들이 공천에서 배제된 홍 전 대표와 공천배제된 중진들을 중심으로 뭉치면 영남권 무소속 벨트가 생겨 통합당이 다시 분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홍 전 대표는 9일 경남 양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년 헌신하고 당 대표 두 번 하고 대선 후보까지 하며 당을 구한 저를 40일간 모욕과 수모를 주면서 내팽개치는 것은 정치 이전에 인간이 할 도리가 아니다”라며 “이 공천은 원천무효다. 황 대표가 직접 나서서 바로잡아 달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홍 전 대표는 기자회견 이전에 페이스북 글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양아들 공천, 수양딸 공천, 측근 내려꽂기 공천, 정적 쳐내기 공천 등 반문 정서만 믿고 양아치 공천을 해도 무조건 찍어줄 것이라는 망상은 그만둬야 한다”고 맹비판했다.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해 “택(턱)도 없는 소리”라고 반발하며 잡음이 커지고 있다.

홍 전 대표는 결국 탈당 후 양산에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모든 책임이 김 위원장과 당 지도부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 탈당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통합당 당헌 제75조에는 공관위의 결정을 최고위원회가 1회에 한해 재의할 권한이 명시돼 있다. 최고위가 재의하지 않으면 홍 전 대표의 말대로 황 대표와 김 위원장이 유력 대선 주자인 본인을 쳐냈다는 논리가 된다.

문제는 “(답이 없으면) 제가 취할 모든 수단을 다할 것”이라는 홍 전 대표의 말이다. 공관위의 결정으로 경북은 11명 중 7명, 대구는 9명 중 4명, 부산은 12명 중 8명, 경남은 10명 중 4명이 불출마 또는 컷오프(공천배제)당했다. PK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어려울 때 탈당하고 당적도 없는 분이 무슨 권위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사(私)천을 했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대구 달서갑은 초선의 곽대훈 의원이 낙천하고 한 공관위원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한 이두아 전 의원이 공천됐다.

이 때문에 공관위의 압박으로 불출마 또는 낙천된 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영남권 의원들은 대거 재심을 청구한 상태지만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컷오프된 TK 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이미 지역에 내려가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홍 전 대표 등과 연대하면 영남권에 과거 ‘친박연대’처럼 무소속 연대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홍 전 대표 측은 향후 행보에 대해 “바로잡으라는 요구를 했고 답을 기다릴 것”이라며 “고향인 밀양으로 돌아가는 쉬운 길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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