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재난기본소득과 관련, “이번 추경에 이 논의를 본격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논의되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추경에서 2조6,000억원이 집행되는 것을 보고 효과와 타당성을 검토한 후 (추가 추경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영등포을 후보자 등 민주당 21대 총선 출마자 51명도 이날 코로나재난극복소득을 추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김 지사도 지난 8일 코로나19로 침체된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5,200만명의 모든 국민에게 일시적으로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원하자고 정부와 국회에 제안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약 51조원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일정 기간에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형태의 재난기본소득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밝혔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조만간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중앙정부에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대구·경북 지역 주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총 5조1,000억원을 지급하자”고 요구했다.
이처럼 재난소득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활동 자체가 멈추면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관광·항공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총급여 3,6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금액 2,400만원 이하 자영업자에게 1인당 최대 24만원의 유가환급금을 살포한 바 있다. 당시 총 1,435만명에게 2조6,520억원이 투입됐다.
그렇지만 이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이와 유사하게 500만명을 대상으로 2조원 상당의 현금성 소비쿠폰을 주는 등 민생·고용안정 지원을 위한 예산 3조원이 마련돼 있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은 “세금을 낸 국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표를 위해 대책 없이 남의 돈을 쓰는 아주 안 좋은 정치인 것 같다”며 “어려운 분들한테 도움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나 돈을 쓰더라도 효율적인 방법일지 고민해야 하고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져가는 부분도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난소득은 경기활성화 측면에서도 큰 효과는 없다는 분석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위로금이나 복지 성격으로 줄 수 있을지 모르나 같은 금액을 다른 방법으로 정부가 지출하면 훨씬 재정승수가 높기 때문에 (재난소득은) 비효율적”이라며 “효과도 별로 없는데 부채가 대폭 올라가는 식으로 비용만 더 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목전에 두고 열리는 국회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정치권이 재난소득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난소득은 사회적 공론화라는 논의 과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추경으로 진행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특히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한 재정 부담에는 다들 나 몰라라 식이어서 재정건전성만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하면서 10조3,000억원은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해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41조5,000억원(GDP 대비 -2.1%),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2조원(GDP 대비 -4.1%)이 예상된다. /세종=황정원기자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재난기본소득 제안내용
조정식(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국립대 반값 등록금 추진 등이 담긴 4·15 총선 청년교육분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