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저축은행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다른 업계보다 규제 강도가 높고 혁신 속도도 더뎌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코로나19로 금융당국과 관계 기관의 협의 일정이 잠정 연기되면서 저축은행들의 사업 확장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저축은행업계에 대한 혁신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와 금융결제원은 코로나19로 오픈뱅킹 업무 추진을 위한 논의를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금융당국은 이르면 6월부터 은행에 이어 저축은행과 카드·상호금융·우체국 등 제2금융권의 오픈뱅킹 참여를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픈뱅킹은 한 개의 모바일 뱅킹 앱에서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출금이체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해 12월 시중은행과 핀테크를 중심으로 도입됐다. 저축은행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연초 금융당국이 2금융권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오픈뱅킹 설명회를 진행한 후 공유받은 추후 일정은 없다”며 “일부 저축은행은 오픈뱅킹 예상 도입 시기에 맞춰 내부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준비 작업을 마치기도 했지만 상반기 내 오픈뱅킹 도입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혁신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도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업계는 저축은행 규제 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달 초 첫 회의를 열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잠정 연기됐다. TF는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 완화를 비롯해 예보료율 인하, 저축은행별 규제 차등화, 지역 대출 비중 완화 등 업계의 활로 모색을 위한 구체적인 안건을 모아 금융당국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저축은행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현 상황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까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매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지방 영세·중소 저축은행들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데 올해 규제 완화나 혁신 등까지 막힌다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비상 상황은 이해하지만 일부 영세 저축은행들을 고려하면 규제 완화도 시급해 답답한 상황”이라며 “지방 저축은행들이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설명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