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가 아파트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3.3㎡당 1억 원에 거래된 매매 실거래가 나오면서 강남 1억 원 시대를 열었다. 초고가에도 지난해 11월에는 7건, ‘12·16 대책’이 나온 12월에도 10건이 거래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3월 현재까지 단 한 건도 거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가 뚝 끊긴 가운데 집주인들도 급매를 내놓지 않으면서 거래가 완전중단된 것이다. 강남 초고가 주택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거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세 15억 초과 아파트 비중은 올 들어 서울 전체 거래에서 2~4%대로 떨어졌다.
◇ 급급매도 없고, 살 사람도 없다 =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정부의 대책에다 코로나 19 확산 등이 겹치면서 급급매도 없고 살 사람도 없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매도 모두 뚝 끊겼다”며 “12·16 대책의 영향과 더불어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부동산을 찾는 사람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수세가 실종된 가운데 집주인들 역시 급하게 팔려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올 들어 3월 8일까지 매매 체결 건수가 ‘0건’을 기록하고 있다. ‘12·16 대책’이 발표된 12월에도 10건이 팔렸으나 올 들어서는 아예 거래가 끊긴 것이다. 앞서 이 단지는 지난해 전용 84㎡가 34억, 59㎡가 24억원에 거래되며 3.3㎡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인근 고가 주택시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간혹 나오는 ‘급급매’ 정도만 팔리고 있다. ‘반포리체’ 전용 84.96㎡는 지난 2월 21억 7,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전고가(26억 8,000만 원) 대비 5억원 가까이 내린 값이다.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89㎡ 또한 지난해 12월 거래(23억 5,000만 원) 대비 1억 5,000만원 가량 내린 21억 9,500만 원에 거래됐다. 반포동 R 공인 대표는 “세금 부담을 느낀 노년층이나 2~3주택자들이 기존 고가보다 1~2억 원 내린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가격을 크게 내린 급급매에는 매수세가 붙긴 하지만 극소수 사례”라고 설명했다.
◇ 초고가 주택 거래도 급감 =강북 9억 원 이하 주택에는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15억 초과 초고가 주택시장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거래량을 살펴보면 올 2월 15억 원을 초과하는 서울 아파트 거래 비중은 전체 거래의 4.2%(212건)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11.1%(1,274건), 11월 9.9%(1.136건)에 비하면 급감한 수치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거래 또한 급격히 감소했다.
초고가 주택의 거래 비중이 감소하면서 매매거래 평균 가격도 크게 줄었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 아파트 가구당 평균 거래가는 8억 5,223만 원이었지만 지난 2월에는 6억 6,768만 원으로 2억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다만 지난 1월(6억5,037만 원)보다는 소폭 늘었는데 기존 가격 대비 1억~2억 원 내린 초고가 단지들의 급매물이 거래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조만간 발표 예정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또한 초고가 주택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인 가운데 세 부담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현재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집주인들이 몇몇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이 묶인 데다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움직이지 못해 급급매물까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모두 세금 부담을 크게 체감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 같은 급매물 출현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