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국제금융시장] 코로나19·유가 급락에 패닉…다우, 2,000p 이상 폭락

S&P500 1997년 이후 첫 서킷브레이커
연준, 유동성 확대조치에도 반응 없어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충격으로 붕괴했다.

시장정보업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2,013.76포인트(7.79%) 폭락한 2만3,851.0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225.81포인트(7.60%) 추락한 2,746.56, 나스닥은 624.94포인트(7.29%) 폭락한 7,950.68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8% 이상 폭락하기도 했던 다우는 이날 하락률 기준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S&P500은 낙폭이 7%에 달해 15분간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뉴욕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1997년 10월의 ‘피의 월요일’ 이후 처음이다.

시장은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폭락에 주목했다.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코로나19 전 세계 확진자는 11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는 4,000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600명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 가격전쟁도 한몫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 등 주요 원유 가격은 30% 내외 폭락세를 나타낸 끝에 이날 25%가량 내려 마감했다.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 에너지 관련 기업 실적에 직격탄이 된다. 여기에 에너지 관련 기업 회사채 부실 심화까지 겹쳐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요인이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 한도를 상향 조정해 초단기 자금시장 유동성 공급을 늘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레포 거래를 차츰 줄여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부. /AFP연합뉴스

백악관은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코로나19 대응 재정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의 척 그래슬리 위원장은 특정 부문을 겨냥한(targeted) 감세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 11일 월가 주요 금융기관 수장들과 현재 상황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0.3%대로 수직 하락하는 등 안전자산으로의 도피 움직임은 한층 더 뚜렷해졌다. 30년물 국채 금리도 한때 1%를 하회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20.08% 폭락했다. 금융주도 10.91% 추락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다소 부진했다. 콘퍼런스보드는 지난달 미국의 고용추세지수(ETI)가 108.96으로, 전월 대비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의 ETI는 종전 110.24에서 109.85로 하향 조정됐다.

국제유가는 20% 이상의 대폭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배럴당 30달러대에 겨우 턱걸이를 한 것이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23.83%(10.79달러) 급락한 34.48달러에 거래됐다.

금값은 소폭 올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0.2%(3.30달러) 오른 1,675.70달러를 기록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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