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24.10%(10.91달러) 급락한 34.36달러를 기록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0일 “OPEC과 러시아 간 의견 상충이 주기적으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코로나 19 사태를 감안해 시장 충격이 비교적 크게 반영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거부한 OPEC의 제안은 기존감산(일일 210만 배럴) 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하고, 2분기 일일 150만 배럴(OPEC 100만/비 OPEC 50만 배럴 감산)의 추가 감산이었다.
전 연구원은 “ 러시아 입장에서는 원유 생산을 줄여 봤자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감산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Nord Stream 2 가스관 구축 저지를 비롯한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에도 독립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협상이 결렬된 이후 사우디는 4월 원유 공식 판매가격(OSP)을 기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인하하고 다음 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 2014 ~2016년처럼 치킨게임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높인다”면서도 “매크로 여건을 고려할 때 사우디의 증산 행보는 러시아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전략이며, OPEC은 치킨게임 장기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재정상황이 비교적 견조해 당분간 유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감당할 수 있겠지만, 원유 생산을 과도하게 늘리며 적자를 지속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 연구원은 “러시아의 손익분기 유가는 배럴당 40달러 초중반 정도로 추정되며, 러시아 경제는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아 코로나19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당분간 유가의 하방 압력이 우세해 상반기 중 WTI 밴드는 배럴당 25~$60 달러로 하향 조정한다”면서 “코로나 19의 팬데믹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OPEC의 감산도 종료되며 유가 하단 지지 요인이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 원유의 가격 협상권은 여전히 미국에게 있다”면서 “2분기 이후 코로나 19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면, 유가는 미국 셰일기업들의 손익분기점(BEP, 평균 45달러) 수준까지 올라올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b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