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인수를 확정한다면 표면적으로는 외국계 사모펀드(PEF)가 원매자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3개월 전에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왔다”며 “거론되는 인수가 5조원을 책정하는 데도 알리바바가 일부 개입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시장 점유율이 58%에 달하는 유통 공룡이다. 전자상거래를 중심축으로 물류·백화점 및 마트·미디어 커머스와 같은 기업을 잇따라 사들였다. 2018년 말 M&A 건수는 22건으로 각각의 인수가액은 수천억원에서 십수조원에 달한다. 알리바바는 다만 초기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이후 신뢰가 쌓이면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알리바바의 대주주가 소프트뱅크(26%)라는 사실이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주요 투자자(30억 달러)이기도 하다. 소프트뱅크를 축으로 해 알리바바와 쿠팡은 묘한 연결고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5일 쿠팡이 내년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약 13%에 불과한 점유율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 확대를 위한 M&A를 도모할 수 있다며 쿠팡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기도 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과정에서 소프트뱅크가 등장,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회사 형태를 유지하던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말 유한책임회사로 법인 체제를 변경한 것 역시 해외 매수자를 의식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베이 본사는 회수 작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영권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만한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유한책임회사는 경영재무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 외국계 자회사들이 선호한다. 애플코리아와 구글코리아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 뿐 아니라 지난해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도 유한회사로 전환해 외부 시선을 차단했다.
5조원이라는 자금을 끌어올 만한 대상이 손에 꼽힌다는 점 또한 이들 글로벌 공룡의 등장에 힘을 싣는다. 유력 원매자로 이마트와 롯데와 같은 국내 유통 대기업도 거론됐지만 상황은 어렵다. 롯데쇼핑은 점포의 30%를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작한 데 더해 신사업 투자 또한 보류했다. 이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마트의 조정 차입금 규모가 2018년 5조 8,000억원에서 지난해 최대 7조 1,000억원까지 확대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김기정·조윤희기자 about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