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초점]처음 듣는데 BTS를 꺾어? '음원 사재기' 박경 나비효과의 끝은?



가수 오반의 신곡 ‘어떻게 지내’가 방탄소년단의 ‘ON’ 지코의 ‘아무노래’ 등을 제치고 실시간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한 모습, 오반 신곡 ‘어떻게 지내’ 앨범 커버

한동안 잠잠했던 음원 시장이 또 다시 사재기 의혹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가수 오반(OVAN)은 지난 5일 발매한 신곡 ‘어떻게 지내’로 온라인 음원순위에서 방탄소년단(BTS)의 ‘ON’, 지코 ‘아무노래’, 아이유 ‘마음을 드려요’ 등을 모두 제치고 1위에 올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반은 SNS를 통해 “아무것도 아닌 나를 사용하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소속사 측은 “같은 날 나와서 방탄소년단을 이긴 것이 아니다. 방탄소년단보다 인기가 많을 리 없으니 너는 부정행위자라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 등 공식입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했으나 의심의 목소리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반으로 인해 사재기 의혹이 다시 등장함에 따라 처음 가수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를 저격한 가수 박경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경은 10일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정보통신망법위반 혐의 형사고발·고소 건’에 대해 첫 조사를 받았다. 그는 현재 조사를 받기 위해 입대 연기까지 신청하며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박경이 불을 지핀 ‘음원 사재기 논란’은 대중이 추상적으로만 느끼고 있던 음원 시장의 오염된 순위 변동 행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근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음원 시장에 대중은 없고 팬덤과 매장, 기계만 있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시장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무너졌다.


이 상황에서 박경이 지난해 11월 SNS에 게재한 “나도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익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는 글은 대중에 많은 지지를 받았다. 진실성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시장이 침묵하고 있던 부분을 속 시원하게 표현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가수 박경 /사진=세븐시즌스

이에 힘입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도 관련 의혹을 집중 추적하기도 했다. 1월 4일 방송된 ‘조작된 세계’ 편에서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닐로와 장덕철의 음원 사재기 의혹을 공개했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익명의 관계자들은 갑자기 특정 음원 순위가 별다른 계기 없이 급상승한 사례와 음원 차트에서는 상위권이지만 콘서트나 행사장은 텅텅 비는 경우 등을 지적했다.

박경이 제기한 사재기 의혹에 대해서도 다뤘다. 타이거JK와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밀보 등 가수들은 본인이 직접 음원 사재기 제안을 받은 사례를 공개해며 관련 브로커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 직후 반응은 뜨거웠다.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은 가수들이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모두 장악했고, 아이유는 자신의 SNS에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분을 캡쳐해 올리며 “그래도 하지 맙시다 제발”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대중의 호응과 일부 가수들의 지지에도 음원 사재기 관련 진실공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닐로와 장덕철의 소속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직후 반론 보도를 게재했고, 바이브와 임재현 등 소속사도 공식 입장을 내고 보도 내용 정정 및 사과방송을 요구했다.

법적대응도 계속되고 있다. 바이브와 송하예, 임재현, 전상근 등은 박경을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등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로 고소했다. 바이브 소속사는 “메이저나인 모든 아티스트들은 ‘사재기’라는 범죄 행위를 저지른 바가 없으며, 의혹에 대한 부분도 모두 사실이 아니기에 법적 고소 및 조사 절차를 통해 명백히 소명하겠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계속 되는 사재기 논란에 음원 시장 일부에서는 차트 1위가 무섭다는 말도 나돈다. 그만큼 ‘음원 사재기 가수’라는 인식이 아티스트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박경 소속사는 가수들의 고소가 이어질 당시 “본 사건을 계기로 현 가요계 음원 차트 상황에 대한 루머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라며,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있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박경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어떤 방식으로 끝을 맺을지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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