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윤정(오른쪽) 나노셀 대표가 전남 장성 나노바이오연구센터 내 사무실에서 박정훈(가운데) 전남FTA센터장과 박형규 관세사와 함께 최근 생산된 소독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장성=김선덕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스프레이 부품 하나를 구하지 못해 공장 문을 닫나 싶었는데 전남자유무역협정(FTA)센터의 도움으로 다시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9일 전남 장성군 남면에 위치한 나노셀 사업장에서 만난 제윤정 대표는 “중국에서 부품공급이 중단돼 2주 간 공장 문을 닫았던 생각을 하면 아직도 끔찍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성 나노바이오연구센터에 입주한 바이오 소독제 생산기업인 나노셀은 창업한 지 불과 1년이 채 안된 벤처기업이다. 천연 원료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소독제, 세척제, 탈취제 개발에 성공해 국내는 물론 미국 등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일반적인 손 세정 제품은 세균만 없애고 바이러스는 남아 있게 마련인데 나노셀 제품은 세균은 물론 바이러스 세균까지 모두 없앤다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제 대표는 설명했다. 특히 인체에 무해하고 손 소독뿐만 아니라 부유 공기까지 살균을 할 수 있는 제품으로 세균에 노출되면 안되는 수술 도구까지도 세척할 수 있다.
나노셀은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달에만 중국에 150만개, 미국에 50만개 이상의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1차분 선적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국내 대부분의 손 세정제나 소독제 제조기업과 마찬가지로 나노셀도 중국에서 공급받던 건-스프레이 부품이 끊기면서 소독제 완성품 생산이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그동안 밀린 원부자재 대금 결제와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기업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에 빠졌다.
이 같은 사실은 전남FTA센터가 도내 수출기업을 상대로 코로나19 피해사례와 경영애로를 조사하면서 알려졌다. 상담 과정에서 제 대표는 “부품만 있으면 국내 공급 적체 해소는 물론 중국과 미국까지도 수출이 가능하니 스프레이를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미 국내 부품 재고가 바닥난 상황에서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박정훈 센터장은 팀원들과 함께 센터 내부 기업정보와 자유무역협정(FTA) 컨설팅 기록, 외부기업 데이터베이스(DB)까지 총동원해 스프레이 물량 확보에 나섰다. 전국적인 물색을 시작한 지 이틀만에 마산세관을 통해 스프레이 재고가 있을 법한 기업을 알게 됐고,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기업과 접촉해 7만여개의 스프레이 재고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FTA센터와 나노셀은 해당 업체의 판매단가와 수량, 납기 등을 조정하기 쉽지 않았지만 센터 소속인 박형규 전담관세사의 도움으로 7만여개의 스프레이 부품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추가로 20만개의 스프레이 부품도 확보했다.
공장이 다시 가동되고 활기를 되찾은 나노셀은 그동안 밀린 국내 주문 물량을 해소하고 중국과 미국 수출물량도 순조롭게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의 부품생산 공장이 다시 조업을 재개하는 분위기여서 앞으로 부품 조달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극적으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제 대표는 “전남도의 신속한 코로나 피해 대응노력과 전남FTA센터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창업 초기 최대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더 많은 연구개발과 시장 확대 노력을 통해 지역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훈 전남FTA활용지원센터장은 “향후 중국과 미국 수출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전담관세사를 배치해 밀착 지원할 계획”이라며 “지역 기업의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장성=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