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재고 급증에...신음하는 국내 철강

中 2월 2,375만톤...14년來 최고
재고소진 위해 가격 크게 낮춰
조선 등 연관 산업 부진도 심화
포스코·현대제철 '가격유지' 총력


국내 철강업계가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돌발악재로 코너에 몰리고 있다. 중국의 철강 재고가 제조·건설 조업 지연으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면서 제품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방산업인 조선·자동차의 수요 위축까지 겹치면서 전망은 더욱 어둡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2월 19일 기준 중국의 지역별 공업기업 조업회복률은 58.9%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7,326개 건설 프로젝트의 가동률도 10.2%에 그쳤다. 조업을 재개한 업체 중 25%와 조업을 재개하지 못한 업체의 48%는 인력과 물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산업의 회복이 늦춰지면서 중국의 철강 유통 재고는 지난 2월말 기준 2006년 이래 최대치인 2,375만톤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중국 철강사들은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가격을 낮춰 수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에서 철강 재고가 급증하면서 세계 철강 유통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중국 철강회사 및 유통회사의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철강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철강 연관 산업 부진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골칫거리다. 철강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는데, 코로나19에 저유가까지 더해지면서 인상 명분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현대차는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고, 조선업계는 발주 감소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어 철강 가격 동결·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 등은 3월에 적극적으로 열연가격 인상을 추진했지만, 수요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가격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춤해진 수요 탓에 가격 인상은 둘째치고 앞으로 롤 채우기도 만만치 않아진게 현실”이라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펴면 국산 판재류 가격도 반등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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