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언론 브리핑 중 아래를 내려다보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저유가 쇼크가 겹치면서 주식시장이 무너진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급여세(payroll tax) 인하 같은 세제혜택과 대대적인 재정지원책을 들고 나왔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코로나19 경제대응책을 10일 발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간제 근로자들이 그들의 잘못이 아닌 일로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설명했다.
급여세 인하는 시간제 근로자가 1차 대상이다. 올해 초 트럼프 정부가 ‘감세 2.0’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급여세는 사실상 빠져 있었다. 급여세 인하는 경기침체가 와야 검토가 가능하다는 게 재무부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급여세 인하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랬던 재무부가 며칠 만에 이를 180도 뒤집을 정도로 상황이 다급해진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빠른 경제 반등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의 낙관적 전망은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에 대한 대출과 세제지원도 이뤄진다. 므누신 장관은 “도산 위기를 맞은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세금경감을 해주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CNN은 트럼프 정부가 항공과 크루즈 업종을 대상으로 세금납부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크루즈·호텔산업과 매우 강력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밝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을 것임을 시사했다. 직원 유급휴가(병가) 방안도 거론된다.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코로나19에 걸린 노동자가 급여손실을 보지 않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에는 월가 경영진과 만나 코로나19와 관련한 논의를 한다. 이날 다우존스산업지수가 2,000포인트 넘게 빠지며 7.79% 폭락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1987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협조와 기업대출을 옥죄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다음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점쳤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현 1.00~1.25%에서 0.00~0.25%로 떨어져 역대 최저였던 2015년 수준이 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이번주 또다시 긴급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다만 코로나19와 유가 쇼크에 연준의 통화정책이 효과 없음이 증명되면서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앞서 연준은 9일부터 12일까지 하루짜리(오버나이트)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 한도를 기존의 1,000억달러(약 119조4,500억원)에서 1,500억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연준이 언제부터 본격적인 양적완화(QE)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시장의 회의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외부에 나오지 않는데 급여세 인하가 소비를 늘릴 수 있느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며 “저신용 기업들의 신용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