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하루에만 무려 20여차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10일 극심한 ‘눈치 보기’ 장세가 연출됐다. 미국 뉴욕 증시가 7%대로 폭락했지만 전날 4%대 급락을 경험한 탓에 ‘먼저 맞은 매’ 효과로 강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상승세로 마무리됐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시장 전체를 지배했다. 이를 반영하듯 증권사들도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대폭 낮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과 유가 급락 여파로 연초 제시했던 기업과 거시경제 전망의 수정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42%(8.16포인트) 오른 1,962.93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전날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7%대 폭락한 탓에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장 중 한때 1,934포인트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날 장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코스피지수는 무려 22차례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리세션 공포에 휩싸인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기관이 ‘사자’로 대응하면서 지수를 방어했다. 여기에 장 초반 매도세를 보였던 개인들이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지수는 소폭 상승하면서 마무리됐다.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듯 증권사들은 이날 잇달아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낮추기 시작했다.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지수 저점을 기존 1,930포인트에서 1,850포인트로 4.15% 하향했다. KB증권 리서치센터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실패와 이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새로운 악재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증권은 경기 침체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1,900포인트선 이하로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리세션이 아니라면 심할 경우 1,900선까지 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침체로 흘러간다면 고점 대비 20% 이상 지수가 빠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기대치를 낮췄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의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9배까지 하락해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0.8배를 이미 밑도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코스피지수는 1,900~2,050포인트의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교보증권은 가장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기존 2,200포인트로 예상했던 올해 코스피 평균지수를 1,940포인트까지 대폭 낮췄다. 2,200포인트일 때의 예상 밴드가 2,000~2,400포인트임을 고려하면 1,800포인트선까지 하락도 가능한 셈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뿐만 아닌 선진국 경기침체 가능성 및 국제유가 하락으로 대표되는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 등의 변화가 올해 코스피 예상 평균지수를 ‘레벨다운’시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보증권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0%에서 1.9%로 0.1%포인트 낮췄고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에서 8% 감소로 바꿨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에서 5% 증가로 대폭 낮췄다. 김 센터장은 “현금비중을 최대한 높여 정상화 국면의 진입 시 가용 투자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부분 증권사는 아직 기존 전망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급락 이후 저가 분할매수 전략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큰 만큼 모험적인 투자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0포인트 아래로 지수가 내려가면 저가매수하는 전략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다만 융자 등 개인이 신용을 통해 ‘투기적’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