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아시아나 기존 임원 유지" 논란

27일 열리는 정기주총 안건에
항공 1명·IDT 재선임안만 상정
한창수·박세창 등은 교체 안해
경영 책임론에도 불확실성 최소화
유상증자 연기 대비 등 해석 분분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진행중인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기존 아시아나의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옛 주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267850) 사장을 비롯한 주요 이사진을 그대로 이어기가기로 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산업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굳이 ‘장수’를 바꾸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늦춰지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등 스케쥴이 미뤄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7일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임기가 만료된 정창영 사외이사 대신 최영한 전 아스공항(현 아시아나에어포트)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한창수 사장을 비롯해 박해춘·유병률 사외이사는 그대로 유지했다. 아시아나IDT 역시 임기가 만료되는 이훈규·임경택·이경희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을 정기주총에서 다룰 예정이다. 다만 임기가 아직 남아있는 박세창 아시아나IDT사장과 김응철 상무는 그대로 사내이사직을 맡는다.


업계에서는 정통 ‘금호아시아나맨’으로 분류되는 한 사장이 가장 먼저 교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사장은 아시아나IDT와 금호티앤아이(T&I)대표를 역임하며 주요 계열사 대표를 두루 맡았다. 박 사장 역시 본인 교체를 염두에 두고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남아있는 다른 계열사로 옮겨 그룹 재건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 정몽규 HDC(012630)그룹 회장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본부장과 임원 등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인수 후 통합(PMI)과정에서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아시아나항공의 체질 개선을 꾀하겠다는 의중을 비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HDC현대산업이 기존 경영진을 대부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사진을 대거 교체할 경우 안정화 작업까지 시간이 필요한 탓에 기존의 경영진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언제 해결될 지 쉽게 예측하기도 어렵다. HDC현대산업이 이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경영진을 일정 기간 유지하려고 한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대미문의 항공산업 위기 속에 어설프게 경영진을 교체했을 경우 오히려 책임론을 뒤집어 쓸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항공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수장’을 전쟁 때는 교체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고 있어 전체적인 인수합병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최근 금융투자업계(IB)를 중심으로 2조원대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가 당초 계획 보다 1~3개월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각국의 기업결합심사가 끝난 후에야 정상적인 유상증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유상증자를 실시한 후에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전반적으로 인수작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굳이 새로운 경영진을 내세울 이유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주식매매계약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과 금호산업 간 거래가 본 계약 체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약이 해지된다. 다만 정부의 승인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만큼 효력이 연장될 수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12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의 본계약 체결일은 지난해 12월27일로, 단순한 계산으로는 6월 말까지 거래를 끝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딜 클로징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HDC현대산업의 인수 작업이 길어질 수록 딜이 무산될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HDC현대산업 관계자는 “아직 딜이 종료 전이라 이사진이나 임원 교체 등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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