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002320)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현아 연합이 대한항공(003490) 고위 임원의 항공기 리베이트 수수 의혹과 관련해 “현재 진행형 비리”라며 “내부 감사뿐 아니라 외부 감사를 의뢰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측이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주주연합은 연일 자료를 통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주총을 보름여 앞두고 한진그룹 경영진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한편 소액주주와 기관 투자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주주연합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입장문을 냈다. 에어버스 항공기 도입 리베이트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일주일 새 벌써 네 번째 입장문이다.
주주연합은 “리베이트 수수 사건은 외국 법원을 통해 범죄행위가 명백히 드러난 사안”이라며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 비리로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등 현 경영진은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연합은 또 “에어버스 리베이트 건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아랍에미레이트, 콜롬비아, 가나 등의 국가가 검찰 기소나 특검 등을 진행 중”이라며 “국내 사법기관도 즉각 철저한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연합은 앞서 대한항공 측이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자체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뒤늦게 사안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이라며 “외부 감사를 의뢰하고 주주들에게 사죄하는 한편 고위 임원을 즉각 사퇴시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주주연합이 한진그룹 현 경영진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고 한진칼(180640) 주총에서 소액 주주와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관련 의혹을 계속해서 제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투표제 도입이 실패한 상황에서 소액주주 표심을 결집할 카드가 리베이트 의혹 외에는 딱히 없기 때문이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날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위기인 상황에서 주주연합이 그룹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진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대한항공은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생존 위기에서 전 임직원이 혼신의 힘을 모아 위기 극복 중”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소모적인 싸움에서 벗어나 항공 산업을 살려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어려운 시점)에 회사를 위기에 몰아 넣은 조현아 전 부사장, 수익 극대화를 위해 명분도 던져버리는 사모펀드, 업종과 상관없는 투자로 회사를 흔드는 투기세력들의 야욕은 그룹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