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11일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생명 등 7개 관계사에 이 같은 내용의 권고문을 송부했다고 밝혔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 측이 이에 대해 30일 안에 회신할 것을 요청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먼저 “그간 삼성그룹의 과거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승계와 관련이 있었다”면서 과거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던 데 대해 이 부회장의 반성과 사과를 주문했다. 위원회는 또 이 부회장이 향후 경영권 행사 및 승계와 관련해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에게 공표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노동 의제와 관련해서는 삼성 계열사에서 수차례 노동법규를 위반하는 등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한 반성 및 사과와 함께 삼성그룹 사업장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을 이 부회장이 직접 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시민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 공표할 것을 권고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위원회의 권고안을 충실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위기 극복에 매진해야 할 시점에 과거의 일들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또 위원회가 삼성의 위법행위 재발 방지를 위한 준법감시 시스템 구축보다는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 요구에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원회의 거듭된 사과 권고는 위원회 설립 이후 벌어진 삼성의 위법사항을 중점적으로 다루겠다는 김지형 위원장의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의식해 삼성의 과거 행위를 문제 삼으며 성과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