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차주 대출이 많은 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건전성에 경고음이 켜졌다. 현재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피해 기업이 워낙 많아 역부족인데다 대부분의 업체들 매출이 평소 10분의1로 급감해 대출 상환 및 이자 납부 연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은행권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은행권 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점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대출 건전성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고, 일각에서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도미노식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742조6,000억원으로 저축은행 37조2,000억원, 상호금융 76조9,000억원에 비해 압도적인 수준이다. 다만 전년 대비 증가폭을 보면 저축은행 9.5%, 상호금융 15.6%, 기타로 나타난 수치도 17.8%에 달해 은행권 7.1% 증가율을 크게 앞섰다. 그만큼 제2금융권을 선택한 대출이 폭증한 셈이다. 1·2금융권 모두 규제가 강화된 가계대출의 경우 2금융권 문턱조차 넘지 못한 대출자들로 인해 대출의 질이 더욱 악화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상대적으로 대출심사가 유연한 저축은행에 대출자가 몰리는 양상이었다”며 “특히 은행 대출심사에서 탈락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대출이 크게 늘어나 리스크 확대가 커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 후폭풍이 2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낮추는 등의 금융지원이 잇따르지만 결국 연체율은 6개월의 시간 차를 두고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자본확충 등으로 연체율 관리에 여유가 있는 제1금융권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이미 대구·경북과 강원 일부 지역의 저축은행은 지난해 3·4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14%에 육박했다. 전체 저축은행들의 평균 NPL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당국의 코로나19 피해 금융지원 정책이 2금융권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은행권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어 2금융권은 대출 만기연장 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 심사에서 배제된 대출자는 국가 지원의 일환으로 2금융권에서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은행권 이탈 대출자를 2금융권이 떠안는 방식으로는 대출자와 금융사 모두 부실만 키운다는 이야기다. 보험사 관계자도 “대구·경북 지역은 대면 신청 절차가 필요한 신규 대출이 사실상 제로 상태”라며 “폭넓은 정책수단을 통해 자금지원이 이뤄지는 한편 연체율도 관리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종호·이지윤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