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 교보證 리서치센터장 "구조적 변화 생겨 회복 늦을것"

[요동치는 시장...위기를 보는 두 시선]
코로나, 과거 한시적 전염병과 달라
9·11테러 때 극도 불확실성과 비슷
지금은 현금비중 늘리고 관망할 때


“투자전망을 비관적으로 바꾼 것은 아니지만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래의 가용 투자능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현금 비중을 늘리면서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김형렬(사진)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단순히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와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전날 국내 증권사로서는 처음으로 올해 코스피 평균지수를 기존보다 200포인트가량 낮춘 1,940선으로 제시했다. 코로나19가 한시적 전염병 수준을 넘어 경제환경 및 투자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충격변수로 변질됐다는 이유에서다. 김 센터장은 “오히려 지금 상황과 비슷한 사례로 9·11테러를 꼽을 수 있다”며 “당시 생산이나 유통활동뿐만 아니라 가계소비도 극단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시장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을 때의 반응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가계 소비가 크게 위축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사드 등 다양한 악재를 겪었지만 가계는 항상 보호를 받아왔다”며 “최저임금·일자리 등에서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심리적 불안감은 있었지만 소비지표까지 위축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주변에서 자영업자나 시간제근로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징후들이 많이 보인다”며 “이는 단편적으로 ‘실업자가 좀 늘어났네’ ‘소득이 좀 줄었네’가 아니라 미래경제활동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기업은 한쪽이 타격을 받으면 한쪽이 수혜를 보는 반사이익 효과라도 있지만, 가계는 다 같이 위축돼 회복속도가 느려진다는 주장이다.

물가지표와 시장금리도 지켜봐야 할 대상이라고 그는 꼽았다. 김 센터장은 “최근 유가 급락의 의미를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유가가 하락해 물가가 당분간 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컨센서스가 만들어지면 소비가 지연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지금 돈이 안전자산으로 다 도망치려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그러다 보니 시장금리가 역사적 저점을 다 뚫고 내려가는 중”이라며 “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유인이 크다는 점은 글로벌 위험자산의 가격조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김 센터장은 아직 반등에 대해 생각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된 투자환경에 위치하기 전까지 현금비중을 높여 최적의 투자조건을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비관적인 경제 전망에 패닉 상황이 발생했다”며 “투자환경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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