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무분별 증액 우려..."소비쿠폰 재원, 한계기업에 돌려야"

[코로나19 사상초유 추경 증액]
불확실성 커진 경기상황 대비
사업재편해 피해기업 집중 필요
"확장재정만으로 경제성장 안돼"
국회예정처, 재정만능주의 경고

이낙연(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 대응 당정청회의에 참석해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정치권과 경영계의 요구에 따라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사상 처음으로 국회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총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를 틈탄 무분별한 증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수출 타격, 소비 위축 등 전방위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추이를 보면서 필요한 경우 2차 추경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11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중소기업인·소상공인 지원과 경영안정자금 확대 등이 추경에 추가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제출안에는 초저금리 대출 확대를 포함해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2조4,000억원이 책정됐으나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이번 추경안에서 효용성이 떨어지는 사업으로 비판받는 저소득층 소비쿠폰 등 3조원 규모의 민생·고용안정 지원 부문에 대한 조정 가능성도 있다. 상품권 유효기간이 5년이라 재원 소요(2조원) 대비 즉각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 규모가 미흡하다기보다 내용이 효과적이지 않다”며 “소비쿠폰 재원을 차라리 한계기업에 대한 집중 지원으로 돌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추경안에 대한 비판이 여느 때보다 많은 건 역대 네 번째로 1·4분기 중 추경을 편성하면서 넣을 사업 자체가 많지 않았고,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을 안일하게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정부가 추경안을 발표한 뒤 전문가들은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 3조2,000억원을 제외하고는 세출확대가 8조5,000억원이고 경기활성화 부문은 빠져 있어 사실상 2차 추경을 염두에 둔 편성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성장률 제고 효과가 0.1%포인트를 다소 상회하는 수준으로 추정되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적자국채 발행 부담을 줄여 재정 건전성을 공고히 한 것도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결국 정치권이 원하는 사업을 추가해도 총액을 소폭 줄였던 추경 관행을 깨고 사상 초유의 순증액을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추경 규모 자체를 증액하기보다 사업 세부조정을 통해 경기회복 효과가 높은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클 때는 소비와 투자활동이 쉽게 이뤄지기 어려우므로 당장 추경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지원에 주력하는 게 낫다”며 “경기침체가 더 심화돼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필요할 때 2차·3차 추경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고위관계자도 “8조5,000억원의 지출을 일차적으로 사용하고 사태를 봐서 추가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 정부의 과도한 재정 의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추경안 검토보고서에서 “중기적으로 이번 추경을 포함한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이 경제성장을 이루고 세수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진행될 가능성은 존재한다”면서도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지출 예산만 증가시킨다고 자연히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놨다. 확장재정으로 성장을 지탱하려는 정부의 재정만능주의에 제동을 건 것이다. 정부의 지출확대가 민간 소비를 늘리고 생산확대, 고용과 투자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야 궁극적 목표인 성장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예정처가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직접적인 비판을 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예정처는 오히려 “국가채무 증가로 정부 지출을 확대하면 장기적으로 민간투자가 위축되는 구축 효과를 발생시켜 경제성장을 억제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세종=황정원·한재영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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